막오른 동부특수강 인수전, 관전 포인트는?
막오른 동부특수강 인수전, 관전 포인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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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공정 시설 향방에 특수강시장 주도권 결정
'현대차 對 세아' 3세 경영능력 검증 시험대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특수강 절대강자인 세아그룹과 신흥 진출자인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 인수의향서를 접수했다. 동부특수강의 인수 향방에 따라 향후 특수강 시장 주도권이 좌우될 수 있어 양 측의 눈치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일 마감된 동부특수강 인수의향서(LOI) 접수에는  현대제철과 세아그룹 등 국내 전략적 투자자 3곳(SI)과 해외 재무적 투자자(FI) 한 곳이 참여했다. KDB산업은행은 4곳 중 인수부적격자를 걸러 26일 통보할 예정이다. 이후 한달 간의 실사를 거쳐 다음달 본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의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현대제철 '일관체제 완성' 對 세아그룹 '시장지위 사수'

매출 4000억원 수준의 중형 업체인 동부특수강 인수전에 철강업계가 남다른 주목을 보이고 있는 까닭은 현대차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대제철이 특수강 진출을 선언하면서, 동부특수강의 인수 향방에 따라 세아그룹이 주도하고 있는 특수강 시장 판도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동부특수강은 총 40만톤의 선재·봉강 생산능력을 갖춘 특수강 2차 가공업체로 생산 제품의 70%를 국내 완성차 업계로 출하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 4064억원, 영업이익 196억원 수준으로 절대적인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세아특수강에 이어 국내 특수강선재 2차 가공에서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도 이점이다. 현대제철은 현재 총 1조원을 투입해 연산 100만톤 규모의 특수강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생산한 특수강을 자동차 부품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2차 가공 단계를 거쳐야 한다.

2차 가공 단계는 자동차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술장벽이 높다. 그러나 현대제철이 이미 2차 가공업계에서 높은 시장 지위를 점하고 있는 동부특수강을 인수할 경우 손쉽게 기술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게 된다. 상하공정을 연계한 일관생산 체제도 완성하게 된다.  

세아그룹의 경우 동부특수강보다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어 사업적인 인수 매력은 없다. 그러나 동부특수강을 현대제철에 넘겨줄 경우 현대차라는 거대한 수요처를 뺏기게 되는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세아특수강의 현대차향 매출이 60~70%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현대제철의 특수강 하공정 진출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인수가격이 어느정도 선에서 형성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동부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사모펀드를 통해 매입한 가격이 1100억원이었던 만큼 최대 3000억원 정도가 인수가격으로 적당하다는게 중론이지만, 현대제철과 세아그룹의 신경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만큼 높은 가격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너家 정의선 부회장 對 이태성 상무 '대결구도'

▲ (왼쪽부터)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세아그룹)

양 업체에서 동부특수강 인수가 갖는 중요도가 남다른 만큼 각각 현대차그룹과 세아그룹의 오너가 3세인 정의선 부회장과 이태성 상무의 경영 능력을 검증하는 잣대로도 적용될 수 있어 재계의 관심도 뜨겁다.

먼저, 현대제철의 특수강 사업 진출은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 정의선 부회장에 권력이 집중된 이후 이뤄진 첫번째 대규모 투자다. 특수강 사업 진출이 얼마나 빨리 안정화되느냐에 따라 정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정 회장은 사내이사 재임기간 동안 3고로 완공을 통한 일관 생산체제 완성, 현대하이스코 냉연사업 분할 합병 등 굵직한 사업 확장을 마무리하고 올 초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진행되고 있는 특수강 투자는 정 부회장의 몫으로 남는다.

특히 현대제철의 특수강 진출 명분은 기술개발을 통한 현대차 부품의 품질 개선이다. 특수강 시장 진출에서의 안정적인 성과 창출이 현대차그룹의 승계를 위한 발판으로 작용될 수 있는 이유다.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는 실질적으로 동부특수강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세아그룹은 수개월 전부터 지주사인 세아홀딩스와 세아특수강의 전략기획담당부서를 중심으로한 TF를 구성하고 동부특수강 인수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 왔다.

이 상무는 지난해 3월 별세한 故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해 7월 세아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경영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 부산파이프 시절 현대건설 향 매출을 현대하이스코에 뺏겼던 세아그룹으로서는 동부특수강 인수를 중심으로 한 현대제철의 특수강 진출 견제가 사세 확장과 위협을 판가름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경영 승계자로서의 중요한 평가 잣대로 작용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과 세아그룹 모두 사업적인 필요에 따라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어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상된다"며 "다만, 두 업체 이외의 인수의향주체도 존재하는 만큼 제3의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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