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직원 제재축소…"보신주의 타파" vs "부실양산 우려"
금융사 직원 제재축소…"보신주의 타파" vs "부실양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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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상 합당하면 부실대출 면책
"건전성 훼손 우려…실효성 글쎄"

[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정부가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타파하고 창조금융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금융사 직원에 대한 제재를 원칙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26일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한 '창조금융 활성화를 위한 금융혁신 실천계획'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창조금융 활성화를 위한 3대 실천계획으로 △보수적 금융문화 혁신 △기술금융 현장 확산 △모험자본 시장육성을 선정했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금융위는 지난 1년6개월 간 창조금융의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초기성과 가시화에 주력했으나 실물경제가 기대하는 금융의 역할과 금융권의 현주소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다"며 "이에 따라 3대 실천계획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혁신하기 위해 우선 당국의 제재 관행부터 바꾸기로 했다. 심각한 위법행위를 제외한 경징계 사유의 금융사 직원 제재는 금융사로 위임하고 고의·중과실 없이 절차에 따라 취급한 대출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 은행 내에서도 위규나 절차상 하자가 없는 부실에 대해서는 승진 누락이나 성과급 감봉 등 인사상 불이익도 받지 않도록 면책하기로 했다.

이같이 직원의 제재를 축소하는 것은 직원들의 족쇄를 풀어 기술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현재 금융사 직원들은 부실대출이 발생하면 감독당국이나 은행 내부에서 제재나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손쉬운 대출에만 안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기관의 제재건수는 89건에 불과했지만 제재 받은 직원은 1000여명이 넘었다. 그러나 이들 중 87%는 경징계에 그쳤다.

금융권에서는 경징계도 당국이 일괄 제재하고 있어, 금융사 직원들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중소기업 대출 등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09년 말 전체 기업 대출 중 중소기업 비중은 83.1%였으나 2011년 말에는 77.2%, 올해 6월에는 73.3%로 차례로 하락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관 제재의 처벌 수준이 낮아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직원들에 대한 제재도 없어지면 관리감독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임원에 대한 제재나 중대한 사건에 대한 제재는 계속 금감원이 맡을 것"이라며 "기관에 대한 제재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은 것을 알고 있는데 점차 강하게 제재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금융권에서는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제재의 축소보다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기술금융은 시장 원리보다는 평가를 통해 은행권에 대출을 강제하고 있는데 이것이 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스스로 리스크에 대해 평가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는데 대출 총량만 늘릴 경우 시장이 왜곡되고 위험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위는 이번 대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다음달 중 외부 전문가가 주축이 된 '금융혁신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다. 금융혁신위원회는 은행별 금융혁신 성과평가, 금융감독 해설서·매뉴얼 보완, 제재·면책 운영실태 점검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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