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워크아웃제도, 정책적 해이 결과물
개인워크아웃제도, 정책적 해이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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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두 소장, 질서경제학회 학술장서 주장

통합도산법, 재단채권액 5억원 미만 확대

 
지난 7일 한국질서경제학회는 한국산업개발연구원(KDI)과 한국소비자금융협의회의 후원을 받아 ‘소득 양극화 해소대책-신용불량자구제정책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2006년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 발표를 한 박승두 한국도산법연구소장의 발표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최근 신용불량자수가 급격히 늘어나 약 40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 가족을 합하면 대략 1,000만 명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22%나 차지하게 된다. 이 정도면 사회전체를 불안하게 하고, 경제기반을 통째로 흔들 수도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먼저 이들 중에서 어떤 사람을 구제할 것이며, 어느 정도 감면해 줄 것인가에 관한 기준을 설정하여야 한다. 신용불량자에 대한 원금감면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유발하므로 무조건 안된다고 하거나 무분별하게 허용할 수도 없다.

신용불량자를 구제하는 제도는 크게 ▲개인워크아웃제도 ▲개인채무자회생제도 ▲개인파산제도 등이 있다.

개인워크아웃제도는 법적 제도가 아니고 금융기관과 채무자간에 사적 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이행하는 제도를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신용회복지원제도, 다중채무자 공동추심제도, 각 금융기관의 개별적인 신용회복지원, 배드뱅크 등이 있다. 이들 제도는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원금감면을 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

개인채무자회생제도는 2004년 3월 22일 제정된 개인채무자회생법(법률 제7198호)에 의하여 2004년 9월 23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2006년 4월 1일부터 시행되는 통합도산법에 흡수되었다.
 
이 제도는 개인채무자로서 장래 계속적으로 또는 반복하여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급여소득자 또는 영업소득자를 대상으로(제48조), 10억원 이하의 담보채무, 5억원 이하의 무담보채무를 부담하는 자에 한정된다.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기간은 변제개시일부터 5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도록 하며(제72조), 채무자가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를 완료한 때에는 법원이 면책결정을 하도록 하고,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개인회생채권자에 대한 채무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제84조 및 제85조).

개인파산제도는 파산법에 의하여 시행되고 있으며, 2006년 4월 1일부터 시행된 통합도산법에 흡수됐다. 이 제도는 파산절차 중에서 채무액이 일정규모 이하인 채무자에 대한 파산절차는 절차를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는 제도다.
 
즉,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액이 2억원 미만이라고 인정하는 때에는 법원이 파산선고와 동시에 소파산의 결정을 하도록 하고 있다(제330조).
 
이 제도는 파산재단에 속할 재산의 가액이 적은 경우 비용 및 시간의 절감을 위하여 간이한 기구와 절차로 처리하도록 하고, 파산절차 비용도 충당할 수 없으면 바로 파산폐지 결정을 하는 제도이다.

기존의 파산법상 재단채권액 2억원 미만규정은 2000년 개정시 대폭 상향조정된 것이지만, 현재의 경제생활 규모로 볼 때는 너무 적은 금액이라 실제 활용도가 저조하였다.
 
따라서 통합도산법은 간이파산절차에 의할 수 있는 재단채권액을 현재의 2억원 미만에서 5억원 미만으로 다시 상향조정하여 그 적용대상을 대폭 확대하였다(제549조).
 
그리고 제도의 명칭도 ‘소파산’에서 ‘간이파산’으로 수정하였다. 이는 사회·경제구조의 변화, 화폐가치의 변동에 맞게 간이절차를 이용할 수 있는 채권상한액을 상향조정하여 현실과의 괴리를 해소하고 국민의 편익을 증대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신용불량자 구조제도, 특히 통합파산법에는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법원의 인력과 조직의 문제이다. 현재 신용불량자가 약 400만 명이나 되고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은 현재의 신용불량자뿐만 아니라 장래 지급불능이 우려되는 자도 신청할 수 있으므로,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약 1,000만 명에 이른다고 보아야 한다.
 
이 중 10%인 100만 명만 신청한다고 하더라도 법원의 접수창구는 마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향후 도산법원의 설립 등 법원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법적 제도와 사적 제도가 서로 적절한 연계성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는 신용불량자 문제해결을 위하여 금융기관을 통해 개인워크아웃제도를 운영해 왔으며 배드뱅크까지 설립했지만, 제도적 한계성으로 인하여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도덕적 해이보다 더 무서운 정책적 해이(policy hazard)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개인워크아웃제도는 원금감면을 거의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신용불량자 등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향후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 등 법적 절차의 신청이 폭주할 것이고, 여기서는 원금감면을 상당부분 인정할 것으로 예상되어 개인워크아웃제도와의 괴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 결과 개인워크아웃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방심해서는 안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인회생제도에 의한 변제는 5년 이내에 행해져야 하는데, 이 기간에 최저변제액만 변제하면 대부분 감면을 받게 된다. 자칫 잘못하면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오히려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악법으로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렇게 원금감면이 대폭적으로 행해지면 개인에 대한 부실채권을 과다보유한 금융기관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쳐 일부 금융기관의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이 법이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역으로 문제를 증폭시키는 화약고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하여야 한다.

그리고 신용불량자 문제는 도산법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신용관리제도 자체를 종합적으로 개선하여야 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채권추심을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김성욱 기자 wscorpio@seoul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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