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부지 쟁탈戰…현대차 '총력태세' vs 삼성 '물밑작업'
한전 부지 쟁탈戰…현대차 '총력태세' vs 삼성 '물밑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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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임현수기자] 한전 본사 부지의 매각방식이 참가제한 없이 최고가를 내놓는 이가 주인이 되는 룰로 정해짐에 따라 입찰 후보로 꼽히는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의 '전(錢)의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한전 "최고가 내면 새 주인"...조기 매각 추진

17일 한국전력은 오전에 이사회를 열고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 7만9342㎡의 매각방식을 일반 경쟁입찰방식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한전은 이번 입찰에 법인, 공동입찰, 개인 등 자격 제한을 두지 않고 시장 가치를 반영한 최고가 입찰로 정했다.

한전 관계자는 "적법성과 수익성, 투명성, 공공성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일반 매각 방안을 택하기로 결정했다"며 "헐값 매각 논란을 해소하고 부채를 감축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2017년까지 부채를 14조7000억원을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는 한전으로서는 투명성과 수익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한전은 매각 시한도 앞당겼다. 법이 정한 매각 시한은 내년 11월까지지만 올해 안에 안에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한전은 다음달 말 매각 공고를 내고 9월 말이나 10월 초에 입찰을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로 불리는 한전 부지는 공시지가는 1조4837억원이지만 시가는 3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서울시가 지난 4월 발표한  '국제 교류 복합지구'로 조성 방안에 담긴 한전 부지 41.5%의 기부채납(공공기여)까지 감안하면 실제 매각가격은 4조원이 넘어설 것이란 예상도 있다.

◇ '배수의 진' 현대차그룹 vs 겉으론 차분한 삼성

한전 부지 매입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던 현대차그룹은 한전의 발표 직후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돌입하겠다"라며 입찰 참여를 공식화했다.

현대차그룹은 한전 부지에 그룹계열사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건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세우며 부지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서울에 위치한 계열사만도 30개사에 이르고 임직원도 1만8000명에 달하지만 현재 양재동 사옥의 경우 5개사만이 입주해있고 근무인원도 5천명 안팎에 그치는 실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부지를 인수하게 되면 이를 글로벌 5위의 위상에 걸맞는 지역의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복안도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특히 벤치마킹하고 있는 사례는 폴크스바겐이 본사와 출고센터, 박물관, 브랜드 전시관 등을 연계해 운영하고 있는 독일 볼프스부르크시의 '아우토슈타트'. 독일 10대 관광명소 중 하나이기도 한 아우토슈타트는 연간 250만명의 고객 및 관광객이 방문하는 독일의 대표 공간이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GM, 도요타 등도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본사 및 인근 공간을 활용해 출고센터, 박물관, 전시장, 체험관 등을 하나로 묶어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계획대로 GBC가 건립되면, 이는 최근 서울시가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업무·전시·컨벤션 중심의 '국제교류복합지역'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발표한 청사진과도 맞아떨어져 서울시 계획과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절박하게 달려드는 현대차그룹과 달리 삼성그룹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입찰 방식이 정해진 후에도 그룹 차원에서의 두드러진 변화기류도 없고 부지가 필요한 명분도 얘기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삼성 주요 계열사들의 행보를 예로 들며 한전 부지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고 입찰 참여 가능성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밝히고 있다.

삼성생명은 2011년 한전 부지 인근에 있는 한국감정원 부지를 2328억원에 사들였다. 또 삼성물산도 이에 앞선 2009년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꾸려 한전부지, 서울의료원, 한국감정원 부지 초고층 건물 3채와 호텔, 쇼핑몰 등으로 이뤄진 초대형 복합단지 개발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밝히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그롤벌 카지노그룹인 라스베이거스샌즈와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인 녹지그룹 또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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