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화장품 파는 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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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지난 4월 벽산건설에 이어 최근 성원건설까지 파산 절차를 밟으면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진행 중인 건설사들은 물론, 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성원건설이 한 때(2001년)나마 도급순위 28위까지 오르며 주택건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점, 올 들어 법원이 적정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건설업종에 대해 예외 없이 파산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 등이 중견건설사들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100대 건설사 가운데 워크아웃 등 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건설사는 17개사로 집계된다. 이들 대부분은 자력 회생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M&A 성공 여부가 회사 존속을 가를 전망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동산경기가 획기적으로 나아지지 않는 한 추가로 파산하는 업체가 나올 가능성은 농후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내 건설업계의 체질개선을 위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자연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직면한 더욱 심각한 문제는 수익성 자체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건설협회가 지난 1분기 상장건설사 128곳의 경영성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년대비 매출액은 늘었지만 총자산 및 자기자본은 줄어 건설기업이 외형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자보상비율은 78.4%에 불과했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면 번 돈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중견건설사들의 주요 먹거리인 공공공사의 경우 하반기 발주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어 연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는 건설사들이 수두룩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부동산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우호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의 위기상황은 좀처럼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결국 건설사들로서는 내실경영과 함께 추가적인 성장동력을 마련해야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최근 몇 년간 한라(옛 한라건설)가 물 사업을, 아파트 브랜드 '인스빌'로 알려진 신안이 화장품 사업을, 호반건설과 부영이 쇼핑몰, 호텔·레저업 등으로 업역을 확장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중동신화와 더불어 철강, 중공업 등 산업화의 초석을 다져오며 기나긴 호황을 누려온 국내 건설사들로서는 격세지감이 아닐수 없다. 하지만 당장의 먹거리를 고민해야 하는 건설업계가 처한 작금의 냉엄한 현실은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는 일 조차도 지나친 사치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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