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모레퍼시픽의 공허한 말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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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임초롱기자] 2013년 6월26일. 아모레퍼시픽의 갑(甲) 횡포 논란이 수면 위로 처음 드러난 날짜다. 그러나 1년여가 흐른 현재까지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다. 피해 대리점주들은 지금도 거리에 나와 매일같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에 앞서 갑을관계 논란을 촉발시킨 장본인이자 닮은꼴로 인식되는 남양유업은 막말 녹취록 파문 이후 123억원의 과징금 제재와 함께 두 달여 만에 협상을 타결했다.

반면 내달 중징계를 앞두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년간 협상과 결렬만 반복했을 뿐 해결의 실마리를 전혀 찾지 못하면서 사과의 진정성까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관련 피해점주협의회 측은 "우리는 정신적·물질적 배상으로 재기할 수 있을 정도의 정당한 보상금을 원하지만 사측은 적당한 위로금으로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며 "사측이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매 집회 때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직접 면담을 요구하는 공식 서한을 발송했지만,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묵묵부답인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사측도 할말은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3개월여 전 협상에서 협의회 측이 요구하는 보상 금액이 커 그에 부응하는 답변을 제시하지 못해 결렬됐었다"며 "협의회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공식 서한은 지금 확인 중에 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결국 아모레 사태가 장기화된 배경은 사측과 피해자측의 인식차 탓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지난해 창립 68주년 기념 축사를 통해 '원대한 기업(Great Global Brand Company)'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올 들어서는 시무식과 정기 주주총회 공식 석상에서도 "올해는 기업의 비전인 '원대한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글로벌 사업 확대, 양적 성장에 치우치지 않는 질(質) 경영 정착과 함께 아모레퍼시픽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상생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 회장의 축사에서 '원대한 기업'의 필수 요건으로 무엇보다 '소통과 상생'을 강조한 대목이 눈에 띈다. 그러나 갑을 논란을 매듭짓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대한 기업'은 공허한 말잔치에 지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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