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표류하는 중기 적합업종
[기자수첩] 표류하는 중기 적합업종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남라다기자]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중소기업 적합업종(이하 적합업종)의 지정 요건이 까다로워 올 하반기에 지정이 만료되는 82개 품목 중 상당수는 제외될 것이다. 신규 지정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 11일 재합의 선정기준을 담은 '적합업종 운영개선안'을 발표한 직후 중소기업계 사이에서 기준이 까다로워진 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 진출에 경영 상 어려움을 겪었던 3년 전으로 회귀할 지도 모른다는 중소기업인들의 위기의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올해로 4년째를 맞은 적합업종 제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심했던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자립 경쟁력을 키워나가게 해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마련된 운영개선안을 보면 애초의 취지마저 무색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개선안은 시장경제에 위배되는 않는 선에서 '최소한으로' 업종을 선정해 운영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올 하반기 만료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지난 3년간의 자구노력 등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권고기간을 1~3년으로 차등 적용하도록 했다. 산업 경쟁력이 약화하거나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국내 대기업의 역차별 등이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재심의를 거쳐 조기 해제도 가능하게 했다.

문제는 이번 개선안이 적합업종 품목에 대한 실태조사를 근거로 했다기 보다는 대기업이 주장한 제도의 부작용을 대거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를 들어 중소기업계에서는 동반위가 대기업 편을 들어줬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동반위는 제 2차 적합업종제 시행을 앞두고서야 지난 3년 동안의 제도의 성과와 폐해를 점검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영 실적과 자구 노력 등을 조사 중인데, 특히 자구 노력의 경우 정량화 할 수 없는 데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진술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확한 평가가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데도 동반위는 이번 달 중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토대로 적합업종 재지정 및 해제 등 권고기간의 차등 적용을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동반위의 이같은 계획은 본말이 전도된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적합업종 제도의 개선에 앞서 기존 제도의 실효성이나 문제점을 살펴볼 수 있는 이행 실태 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지극히 합리적인 방향이다.

실태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 중소기업의 자립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큰 틀을 다시 잡고 그에 맞춰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이 제도의 혼선을 막는 동시에 중소기업들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묘책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