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람으로 달리는 자동차' 실현한 황길수 대표
[인터뷰] '바람으로 달리는 자동차' 실현한 황길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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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길수 삼정E&E 대표와 황씨가 만든 풍력 발전 충전기의 모습 (사진 = 송윤주기자)

소형 풍력발전기 손수 제작
印尼에 충전기 2천대 수출

[제주 = 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전기자동차가 정착되려면 우선 소비자의 불안부터 해소시켜줘야합니다.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다면 산간 지역처럼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도 충전소를 지을 수 있죠"

지난 20일 제주도에는 초속 5m가 넘는 거센 바람이 불었다. 나무와 유채꽃이 쉴새없이 흔들리고 운전대를 잡자 차체가 흔들릴 정도였으니 역시 바람이 많은 '삼다도'라 불릴만 했다. 이날 오후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 위치한 복미발전소에는 풍력 발전기 날개가 바람의 영향을 받아 힘차게 돌아갔다. 풍력 발전기에는 제주에서 보던 전기자동차 충전기가 연결돼 있고 그 옆에는 르노삼성의 전기차 SM3 Z.E.가 충전중이었다.

이곳에서 발전소를 운영중인 황길수(58)씨는 부산에서 살다 몇 년 전 제주도에 정착해 르노삼성의 전기차 SM3 Z.E.를 구입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시작하면서 전기차를 몰며 충전 인프라를 몸소 겪어보기 위해서였다.

황씨는 전기차를 사용해보니 배터리 충전 문제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집에서는 완속 충전기로 충전을 했지만 주행이 많은 날에는 급속 충전기가 절실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주도 내에도 몇 개 찾아보기 힘들었다. 황씨를 처음 만난 곳도 서귀포에 유일하게 설치돼 있는 홈플러스 주차장의 충전소였다.

황씨는 "전기차는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배터리가 빠르게 닳는데 산 속에서 차가 멈추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늘 불안했다"며 "충전 인프라 구축과 전기차 보급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가 아니라 전기차 보급을 위해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할 방법을 찾다가 생각해 낸 것이 풍력 발전기를 장착한 충전기였다. 제주도에는 STX와 한국전력 등이 대형 풍력 발전기를 운영 중이지만 규모가 너무 커 작은 섬이나 시골에서는 설치와 운영비가 부담스럽다. 황씨는 이를 감안해 크기를 작게 줄인 풍력 발전 충전기를 만들었다. 제주의 바람을 잘 타고 돌아갈 수 있게 날개를 알루미늄합금으로 제작해 최대한 가볍고 단단하게 만들었고 안전과 소음 방지를 위해 날개 모양은 세로 원통형으로 설계했다.

그는 "처음에 제주도에서 이런 신재생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다들 말렸다"며 "하지만 제주도의 자연 환경을 보니 바람도 많고 구름이 꼈다가도 강한 바람에 다시 해가 나와 일조량도 부족한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풍력 발전 충전기로 전기차 SM3 Z.E.를 충전중이다.(사진 = 송윤주기자)

황씨의 풍력 발전 충전기는 전기를 끌어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설치비가 저렴하다. 그는 "이 발전기는 특히 산간지역이나 외진 시골처럼 전기시설을 설치하기 어려운 지역에 설치하면 전기차 운행이나 농사일 등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며 "설치비도 2000만원 수준으로 저렴하고 규모가 작기 때문에 유지보수비도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이 풍력 발전 충전기는 바람으로 만든 전기를 저장했다가 기존 전기차 충전기와 동일한 방식으로 충전할 수 있다. 충전 플러그만 있으면 완속과 급속 등 저마다 충전 방식이 다른 전기차들 모두 충전 가능하다. '바람으로 가는 자동차'가 현실화된 것이다.

 

▲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소재 황 대표의 공장 입구. 현재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충전기에 대해 환경부와 실증 사업 중이다. (사진 = 송윤주기자)

황씨는 현재 이 충전기의 특허를 출원하고 환경부와 실증 사업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미 인도네시아와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충전기 2000여대를 수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실증 단계를 거친 후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을 대상으로 충전기가 설치될 예정이며 추후 태양광 발전 시설과 접목한 하이브리드 발전기도 제작할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발전기는 정격 풍속 12m/s 기준으로 1000w의 출력을 낸다.

최근 제주시청이 2030년까지 도내 차량을 100%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올해 첫 국제전기차엑스포가 개최되는 등 제주도에는 전기차 열풍이 대단하다. 황씨는 "일찍이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전기자동차 사업이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제주도는 서울과 같은 수도권에 비해 면적 대비 교통량이 많지 않고 경사도가 심한 구간이 많아 전기차를 운용하는데 좋은 조건을 지녔다"고 말했다.

황씨는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 산업이 제주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제주도 산업 구조는 1차 산업 위주라 위험성이 높다"며 "한중일 FTA가 시작되면 제주도의 감귤 농사는 사장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루 빨리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 산업을 정착시켜 2차, 3차 산업으로 산업 구조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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