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SKT의 허울 좋은 '본원적 경쟁력'
[기자수첩] SKT의 허울 좋은 '본원적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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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철기자]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에서 상품·서비스 경쟁으로 전환시키는데 앞장서며 과거 경쟁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겠다"
 
"현재 유지하고 있는 50%이상의 점유율은 어떤 상황에서도 양보하지 않겠다. (경쟁사들의) 전략적 목적이 분명하다면 우리도 충분한 메시지는 줄 것이다"
 
지난 23일 박인식 SK텔레콤 사업총괄(사장)이 새로운 서비스를 소개하면서 언급한 내용이다. 하지만 어딘지 앞뒤가 안맞는 동시에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혼탁한 상황을 대변하는 듯한 느낌도 준다. 
 
사실 SK텔레콤은 간담회 직전 한차례 전투(?)를 치른 상황이었다. LG유플러스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3'를, KT는 애플 '아이폰 5S'에 보조금을 쏟아부은 사이 SK텔레콤도 LG전자 'G2'를 사실상 공짜로 풀었다.
 
이통사들의 이같은 고질적 영업행태는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다. 제조사들이 높은 출고가를 책정, 필요할때마다 이통사 보조금에 맞춰 장려금을 지원하고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값 주고 사면 바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처럼 통신시장의 경우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판매자의 시장교란 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어 사실상 '시장실패'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급기야 정부는 소비자에게 보조금 규모를 공개하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을 통해 이같은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단통법은 지난해 12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예정이었으나 법안소위 파행으로 통과가 무산됐으며, 2월 임시국회에도 통과여부가 불투명하다.
 
결국 이같은 상황에서 50% 마지노선까지 위협받고 있는 SK텔레콤으로서는 경쟁사들보다 오히려 더 한 보조금 경쟁에 나설 개연성이 커 보인다. 업계에서는 최근 점유율 추세가 지속될 경우 SK텔레콤의 마지노선은 연내 깨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구멍난 정부 규제와 통신사들의 진흙탕 싸움이 앞으로도 지속되는 이상,  이날 박 사장이 강화하겠다는 '본원적 경쟁력'은 허울 좋은 마케팅 도구에 불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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