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문제해결" 朴 발언에 노동·야권 '발끈'
"통상임금 문제해결" 朴 발언에 노동·야권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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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 중 GM 회장에 공언…야당 "사법부에 대한 압력"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방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자 노동계와 야권이 적극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로 이미 시행 중인 사안인만큼 사법부에 대한 정부의 압력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 靑 "재투자계획 재확인일 뿐"

10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상공회의소가 워싱턴 윌러드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개최한 최고경영자(CEO) 라운드테이블에서 댄 애커슨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을 만나 통상임금 문제의 개선의지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애커슨 회장은 박 대통령에게 "두 가지 문제만 해결되면 한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엔저'와 '통상임금' 문제를 꼽았다. 직접적으로 한국 투자 계획을 확답하진 않았지만, 이들 문제의 해결 여부에 따라 당초 계획대로 투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박 대통령은 "GM만이 아니라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라며 "꼭 풀어 나가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애커슨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박 대통령의 "GM 회장님께서 북한 문제 때문에 철수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 오신 것을 보니까 철수가 아니라 투자를 더 확대한다고 봐도 되겠죠?"라는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GM의 철수가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5년간 80억달러를 한국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통상임금의 경우 노동계와 재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문제인 만큼,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통상임금 논란, 배경은?

통상임금은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포함해 근로자에게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말한다. 그간 보너스나 상여금 등은 통상임금 산정에서 빠져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대법원이 정기상여금과 근속수당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 판결을 기점으로 한국지엠, 현대차, 기아차 등 기업 노조들이 통상임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것.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기업이 책임져야 될 임금총액은 자연히 늘어나기 때문에 재계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지엠의 경우 지난해 전년대비 5.8% 늘어난 15조9497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음에도 영업손실이 3403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노조와의 통상임금 소송 패소가 확정될 경우 쓰일 수천억원의 인건비용을 선반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한국지엠 지부의 생산직 노동자 1만여명은 통상임금 집단소송을 냈고, 1심과 2심 재판에서 승소한 뒤 대법원 판결만을 앞둔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통상임금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내비친 것은 사법부에 대한 압박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기업 회장과의 대면 자리에서 투자 계획을 조건으로 오간 대화인 만큼, 향후 청와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법부 판단에 역행"

우선 노동계에서의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대통령이 GM 회장의 문제제기에 공감한 것이라면 사법부의 판단을 거스르겠다는 것으로, 매우 위험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며 "외국 대기업의 투자축소 위협에 굴복해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라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대통령의 발언이 재계와 사법부 및 행정부에 잘못된 신호로 전달돼 장시간 노동과 왜곡된 임금체계를 고착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노동계의 저항은 물론 역사적 책임도 면치 못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에서도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사법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려는 '제왕적' 태도이자 헌법이 정하고 있는 삼권분립을 위배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이 확정판결해서 이미 시행중인 통상임금 산정기준에 대해서 박 대통령이 사법부의 판단에 반하는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사법부의 고심을 외면하고 외국기업의 투자를 명분으로 기업의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하려는 태도는 온당치 않다"며 "박 대통령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왜곡된 임금체계와 잘못된 고용관행을 바꿔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건강한 경제 질서를 만들어나갈 것을 주문한다"고 전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서 대통령과 청와대 경제수석이 해당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식으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지 않는 발언을 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올바르지 않다"며 "통상임금 문제는 법적 다툼으로, 대법원에서 최종판결이 나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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