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시장의 '뱀파이어 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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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면서 사실상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파국을 피할 수 있을까?

그나마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부분은 15일 오전부터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이사회와 출자사들의 대책회의가 잇따라 열린다는 점이다.

이 자리에서는 토지반환 등을 포함한 용산개발사업에 대한 향후 추진방안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사업정상화'와 '법정관리' 혹은 '파산'으로 선택의 폭이 좁혀질 것으로 예상한다.

랜드마크 빌딩의 층수를 낮추고 상업 분양면적을 줄이는 등 사업성을 현실화해 정상화에 나서는 방안, 코레일과 출자사 간의 협의에 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해 회생방안을 도모하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협의 불발로 최종 부도 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사실 이번 사태는 비단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부동산개발사업'이라던 용산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의 재개발·재건축 사업구조가 용산개발의 축소판이다.

이같은 비극은 갖고 있는 땅으로 손쉽게 개발이익을 얻으려던 땅 주인, 여기에 한 몫 잡겠다던 개발업자와 투기수요, 일부 지역민의 '알 박기식' 한탕주의, 그리고 이들을 방치한(혹은 부추긴) 정부 정치권 등 각 주체들이 '뱀파이어 이코노미'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었기 때문에 발생했다.

'뱀파이어 이코노미(Vampire Economy)'란 정상적인 생산 활동이나 노동을 통해 자본을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제주체 기생하며 이들의 피를 빨아 연명하는 경제구조 혹은 그러한 경제주체의 행위를 말한다.

전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용산개발은 청산보다는 정상화시키는 편이 낫다"면서도 "시행사의 재정문제가 너무 심각한 상황에서 서울시는 역할의 한계가 있는 것 같다. 투자자들이 뭔가 합의를 한 다음에 시가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생길 것 같다"라고 밝혔다.

또 같은 날 국토해양부는 "청와대로부터 용산개발 디폴트 사태를 대응하라는 공식적인 지시는 없었다"면서도 "대규모 개발사업이 백지화될 위기에 놓이면서 지역민들이 입을 피해와 철도 운영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에 대처하라는 뜻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은 '부동산 경기침체'일 것이다. 사업이 꼬이기 시작하면서 최대주주인 코레일과 민간출자사 간 갈등이 급격히 심화됐다. 하지만 외부 요인만을 탓하기에는 사안의 심각성이 너무 크다. 이런데도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며 파국을 앞당겼다는 비판은 여전히 안중에 없는 듯 하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28곳에서 공모형 PF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사업비 규모만 77조2400억원에 달한다. 이들 사업장 역시 규모 조정 등 경기 변화에 따른 대응이 필요하지만 투자자 유치 실패와 운영자금 고갈, 시행사와 출자사 간 의견 충돌 등으로 사업이 정체된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용산개발사업의 운명이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될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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