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기아의 의미있는 '프리미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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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현대기아차 바이어가 '프리미엄 전략'을 대놓고 말한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작년부터는 국내외 시장에서의 차량 고급화를 논하네요. 자사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꽤 높아진 듯합니다."(글로벌 A부품업체 고위 관계자)

현대기아차가 미국 프리미엄 시장을 잡겠다는 각오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0년 글로벌 시장에서 '제값 받기' 전략을 추진한 데 이어,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도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14일(현지시간) 열린 '2013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도 드러났다. 존 크라프칙 미국 판매법인 사장을 비롯한 현대차 직원들이 모터쇼 현장에 '9%'라는 문구를 새긴 배지를 달고 등장한 것.

이 자리에서 크라프칙 사장은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5.0%지만, 럭셔리 시장에서 에쿠스와 제네시스 등이 차지하는 비율은 9.0%에 달한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기세로 올해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도다.

기아차가 올 연말 K9을 북미 시장에 출시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에서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디자인을 현지 취향으로 손보고, 성능은 에쿠스급으로 높여 고객층을 확실시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올해 현대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펼칠 프리미엄 전략은 향후 회사의 브랜드 파워를 좌우할 중요한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그간 현대기아차를 키운 '저렴한 대중차'라는 이미지는 분명 회사의 원동력이었지만, 그 이미지가 지니는 한계 또한 분명했다.

여타 프리미엄 브랜드에 비해 낮은 차량당 수익성은 물론이거니와, 자동차 회사로서의 품질과 성능을 과시하는 데도 걸림돌이었다. 이 약점만 극복한다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열쇠를 쥐는 셈이 된다.

물론 대중차 브랜드로서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기란 쉽지 않다. 성공 전례를 찾을 수가 없을 정도다. 실제 폭스바겐은 프리미엄 세단 '페이튼(Phaeton)'을 내놨다가 미국 시장에서 대실패를 겪었다.

반면 별도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들어 미국 시장을 공략해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토요타의 '렉서스'가 대표적이다.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토요타가 아닌 폭스바겐의 방식을 선택했다는 점이 불안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현대기아차가 대중차 브랜드의 이름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잡는다면 이는 전례 없는 성공 사례가 된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에쿠스는 3972대, 제네시스는 22980대가 판매돼 전년 대비 각각 24.4%, 21.9%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게 좋은 신호다. 기아차 K9이 국내 시장에서 받았던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미국에서 반복되지 않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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