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코스피200…보고서 발행 '극과 극'
'무늬만' 코스피200…보고서 발행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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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만 429건…18개 종목 '無'

[서울파이낸스 한수연기자] 코스피200 지수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같은 코스피200 종목이라도 보고서 발행수가 종목별로 최대 400배 가까운 차이를 나타내는 것. 국내 증시를 보는 한 축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짙지만 정작 증권사 보고서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200 종목이 새로 지정된 지난해 6월1일부터 지난 16일까지 18개 종목은 보고서가 아예 나오지 않았다. 같은 기간 보고서 발행이 1~3건에 그친 종목도 22개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429건의 보고서가 발행 돼 1위를 기록했다. 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288번, 286번으로 뒤를 이었다.

이같은 보고서 발행수 편차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코스피200 종목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대표성·유동성 등을 기준으로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것.

이같은 배경에는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가 원인이 되고 있다. 바로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이 전체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다.

심상범 KDB 대우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에서는 '1등이 100이면 200등은 0.01'과 같이 그 차이가 엄청나다"며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은 모두 합해야 전체의 50% 정도인 데다 많이 써서 상위 100개 종목만 잡더라도 시가총액 비중의 70~80%까지 간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100개 종목은 모두 합쳐도 20~30% 정도에 머문다는 것. 코스피200 이라는 지표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증권사 보고서의 경우 해당 증권사의 영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소위 '실적악화 기업'에 대한 보고서를 내는 것을 꺼리는 풍토 역시, 보고서 소외현상을 낳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코스피200 종목의 보고서를 내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 즉 시가총액 순이다. 두 번째는 해당 기업의 유동주식수와 접근가능성 등이다.

바꿔 말하면, 이 두 가지 기준에서 필터링 된 하위종목은 모든 증권사들로부터 소외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낼 때마다 세미나 등을 통해 매니저를 상대로 영업을 하는데 이 때 실적악화기업이나 시가총액 하위종목을 발표하면 누가 투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애널리스트 한 명당, 분석해야 하는 종목 수에 한계가 있어 상위종목을 더욱 차별화 해 분석한다는 것.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 증권사에 연구원이 10~20명이라고 가정하더라도 200개 종목을 모두 분석하려면 한 사람당 10~20개 정도를 해야 한다"며 "이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교적 실적이 좋거나 시가총액이 높은 종목을 위주로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증권사 내부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의 여지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 연구원은 "스몰캡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고 리테일 전문 증권사는 발 벗고 나서서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종목 발굴에 힘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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