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PEF 붐, 알고보니 '속빈 강정'
은행권 PEF 붐, 알고보니 '속빈 강정'
  • 황철
  • 승인 2005.0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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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동원 한계...외국자본 대항 역부족
경직적 규제도 걸림돌...제도 보완 절실.


최근 은행권의 사모펀드(PEF) 설립이 잇따르면서, 외국계 자본에 맞설 토종 자본육성에 대한 기대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자금 동원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당분간 M&A 시장에서 큰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규제 등도 토종 PEF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어 관련 법령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 산업, 기업, 우리 은행 등은 앞다퉈 PEF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은행권, PEF 진출 활기

하나은행은 지난주 캠브리지캐피탈, IMM인베스트먼트와 공동으로 528억원(5천만 달러) 규모의 사모펀드를 공식 출범시켰다.

산업은행도 농협, 우리은행과 함께 4천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규모의 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산은은 향후 국내 연기금이나 보험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토종 PEF 규모를 1조원 이상으로 대폭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밖에 기업은행은 1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PEF)를 KTB네트워크와 공동 설립키로 했고, 신한지주도 사모펀드 운용을 전담할 자회사 ‘신한 프라이빗 에퀴티’를 자본금 100억원 규모로 출범시켰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은 자본금 2천100억원을 조성, (주)우방 지분을 인수하는 등 은행권 최초로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실시한 바 있다.

■정상궤도 진입, 2~3년 필요

이렇게 은행권의 PEF 설립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투자자 모집에 여전히 애로를 겪고 있어 국내 M&A 시장에서 제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국내 PEF시장에서 은행권의 경험 부족과 전문성 결여 등으로 투자자들의 매력을 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기관이나 연기금 등의 투자가 필수적이지만 이들 역시 은행들의 검증되지 않은 운용능력으로 투자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신규 수익원 창출을 위해 PEF 설립에 뛰어들고 있지만, M&A 시장에서 단기간 내 외국 자본의 대항마로 자리잡기는 힘들다”면서 “안정적인 투자자를 확보하고 정상괘도에 진입하는 데는 최소한 2~3년의 시간은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M&A 시장 공략을 위해 수조원의 펀드를 조성하고 있는 외국 자본에 비해 기껏해야 수천억원의 자금을 조성한 은행권 PEF가 경쟁력을 갖추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한편 PEF 설립 및 투자와 관련한 각종 규제와 절차도 토종 PEF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행 시행령은 개인 20억, 법인 50억 이상을 최소 투자액으로 설정하며 소액 자본가들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 또 대기업 집단 소속 금융사나 기업들의 경우 출자총액제한 규정을 둬 자금 유치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PEF에 투자할 경우 6개월 이상 투자지분을 보유해야 하고, 수시로 당국의 현황 점검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실정에서 20억 이상을 투자할 수 있는 개인이 몇 명이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이제 막 태동하는 PEF를 조기에 활성화하려면 관련 규제의 수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전했다.

황철 기자 biggrow@seoul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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