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론-1] 또다른 '개미지옥' 실태는?
[스톡론-1] 또다른 '개미지옥' 실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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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테마주 열풍으로 증시 건정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이 신용거래 사각지대로 불리는 ‘스톡론’으로 감시폭을 넓혀갈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톡론은 현재까지 금융당국의 감시법망에서 빗겨나 있었다. 편집자주/

'정치테마주' 재투자 가능한 1조원 시장

[서울파이낸스 윤동 한수연기자] # "안철수연구소, 대현 등 대출이 가능한가? 증권사에서는 정치테마주로 묶여서 신용융자 때문에 안 된다고 한다."

"바로 대출 가능하다. 증권사는 증거금 100% 짜리는 현재 대출이 안 된다. 하지만 스톡론은 다르다. 해당 회사의 재무구조가 크게 나쁘지 않다면 모든 종목 대출이 원금의 3배까지 가능하다. 고객이 500만원 갖고 있으면 1500만원까지 대출가능하단 얘기다. 신용등급에 따라 연이율 6~7%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오늘 거래계좌 만들면 바로 송금해 주겠다."

이는 본지 기자가 모 스톡론 담당자와 실제 통화한 내용이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신용융자 전반에 대한 감시감독과, 증권사들이 정치테마주에 대해 신용융자를 제한하는 등 강경한 조치를 쓰고 있지만 스톡론은 보란 듯이 '개미'들을 유혹하고 있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톡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성남 의원에 따르면 스톡론의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7월말 현재 연계신용대출 잔액은 1조931억원으로 지난 2009년 5625억원에 비해 2년 사이 두 배 넘게 증가한 것.

스톡론은 신용융자처럼 대출을 받아 그 돈으로 주식을 매매할 수 있게 하는 금융상품이다. 다만 신용융자는 주체가 증권사인 반면 스톡론은 증권사에서 상품만 만들었을 뿐 대출해주는 주체는 저축은행 등 여신기관이다.

현재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저축은행이나 보험사 등과 함께 스톡론 상품을 취급하고 있으며 상품 수는 90여개에 이른다. 상품의 금리는 6.9~11.9%로 신용융자(6~10%)보다 조금 비싼 편이다.

그러나 스톡론은 1년 이상 대출할 수 있어 신용융자(90일)보다 대출 기간이 길고 대출비율(3배)과 대출한도(3억원)도 신용융자보다 조건이 좋다. 로스컷이 115%로 신용융자(140%)보다 낮은 것도 매력적이다.

문제는 이 같은 조건을 내세워 최근 문제가 돼 각 증권사에서 신용융자 제한 조치를 발동한 정치테마주에 대해서도 스톡론으로 빚내서 투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몇 몇 스톡론 확인 결과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EG 등은 제한됐지만 안철수연구소 등 아직 미투자경고종목의 대출은 가능한 상황이다.

때문에 현재 안철수연구소나 아가방컴퍼니 같이 잔고율이 높은 종목들에는 스톡론의 잔고도 포함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신용융자로 정치테마주에 투자하는 길이 막혀가는 추세라 그쪽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은 스톡론으로 몰려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모 스톡론 소개 자료에는 12월 기준 거래대금 상위 종목에 아가방컴퍼니, 안철수연구소 등이 포함돼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이를 담보로 재투자할 수 있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도 스톡론 담보 설정 종목 기준은 증시 테마와는 무관지 않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테마주와 같이 회전율이 높은 종목을 선호한다는 전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저축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기준 종목들은 대부분 유동성이 풍부하고 회전율이 높은 종목들이다'고 말했다"며 "스톡론을 통해 빌린 자금 대부분 다시 재투자 목적의 자금 활용을 위해 쓰고 있었다"고 귀뜸했다.

이 같은 상황에 증권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나오고 있다. 신용융자 제한 조치 등 규제가 자칫 스톡론의 배만 불려주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용융자만 막고 스톡론을 놔두는 것은 정치테마주에 투자하려면 증권사가 아니라 저축은행에 가서 돈을 빌라는 의미와 마찬가지"라며 "스톡론에 대한 규제가 미비해 기껏 쳐놓은 신용융자 제한 조치의 효과가 퇴색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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