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파괴·초고속···은행권 인사 '각양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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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출신·성향 따라 스타일 '제각각'

[서울파이낸스 이종용 서미선기자] 연공서열 파괴, 부서장급 발탁, 하루만에 인사 완료...

국내 은행권이 인사 시즌에 돌입한 가운데 각 은행별로 상이한 인사 스타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금융사별로 CEO의 인사 가치관이 십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기업은행은 종전 열흘 이상 소요됐던 정기인사를 단 하루 만에 끝마쳐 은행권을 놀라게 했다. 

이같은 기업은행의 '스피드 인사'는 기업은행 창립 50년 만에 처음으로, 부행장부터 계약직 직원까지 전 직원의 20%인 1910명의 인사가 단 하루만에 마무리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통상 열흘 정도 걸리던 인사기간이 대폭 단축돼 예년보다 10여일 앞당겨졌다"며 "매년 인사철마다 되풀이 돼온 '들뜨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조기에 안정시킬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특히 이번 기업은행 인사에서는 '고졸 부행장'을 비롯해 현장전문가와 특수분야 전문가, 여성리더 등 전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달성한 인력들이 발탁돼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이례적인 인사는 조준희 기업은행장의 의중이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 행장은 기업은행에서만 32년간 몸담아온 내부 출신 행장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조 행장이 사석에서도 '왕후장상의 씨는 따로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면서 "기업은행 내부 출신인 만큼 조직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지난달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부서장급 인사를 발탁하는 등 '파격인사'를 단행해 눈길을 끌었다. 직전까지 글로벌사업부장을 역임해오다가 단번에 부행장으로 승진한 사례도 있었다.

이와관련 최근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영업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서는 인사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조직활성화 차원에서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파격인사는 학자 출신인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의중도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 회장은 국내 은행권의 조직문화에 대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며 쇄신 의지를 드러내왔다. 다만 인사단행 이후 고학력 위주의 승진 등을 이유로 노조와의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이와 반대로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은행권의 파격인사에 대해 부정적인 사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강 회장은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 CEO다.

최근 강 회장은 "파격인사는 가장 무능한 CEO의 전유물이다"라며 "산은은 비상상황도 아니고 파격은 필요없다. 인재는 키워지는 것이지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명장 밑에 졸장 없다"며 "CEO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부하들이 자기가 떠나도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지주는 이번 주 중으로 부서장급 인사를 진행하고, 산업은행도 다음주 부행장급을 포함한 임원급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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