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개사, 공공공사 '입찰제한'…시름 깊은 건설업계
68개사, 공공공사 '입찰제한'…시름 깊은 건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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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신경희기자] 68개의 건설사가 조달청과 공공기관이 발주한 최저가 낙찰제 공사를 낙찰받고자 허위 서류를 제출한 사실이 적발돼 무더기 징계 처분을 받았다. 불황에 빠진 건설업계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조달청, 68개사 부정당업체 지정

30일 정부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은 지난 29일 공사금액 300억원 최저가낙찰제 공사입찰에서 서류를 조작하거나 허위로 제출한 68개 건설사를 적발해 부정당 업체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부정당 업체로 지정된 건설사는 내달 13일부터 최장 9개월간 법으로 정한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이 발주하는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

조달청은 최저가 낙찰제 공사를 수주한 건설사 중 상대적으로 허위서류 제출건수가 많은 4개 건설사에 대해 9개월간의 입찰 제한을 결정했다. 이들 업체보다 허위서류 제출 건수가 적은 39개사에 대해서는 6개월, 허위서류로 입찰에 참여했지만 공사 수주에 실패한 25개사에는 3개월의 제재를 내렸다.

이같은 조달청의 조치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도로공사, 서울시와 지방자치단체 등 나머지 공공 발주기관도 제재 수위를 확정하고 통보할 계획이며, 이들이 추가로 지정할 업체까지 포함하면 90여곳으로 늘어난다.

이에 해당 건설사들은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을 내는 등 공동으로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법원에서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공사 수주에 차질이 없지만, 만약 기각된다면 해외시장에서의 수주에도 타격을 입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건설사 10곳이 한꺼번에 입찰제한 처분을 받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 대형 공공공사 수주시장에 큰 파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관련 업계에서는 최저가낙찰제에 적용하고 있는 저가심의제도가 당초 취지처럼 '덤핑 입찰'을 막는데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가심의를 통과하기 위해 가짜서류까지 만드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것.

건설사 한 관계자는 "허위로 제출한 부분에 대해서는 응당 제재를 받아야 하지만, 이같은 사태는 잘못된 제도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며, "최저가낙찰제가 오로지 가격위주로 낙찰자를 선정해 가격경쟁만 시키다보니, 수주를 받아야 일을 진행시킬 수 있는 건설업의 특성상 적정선이 있음에도 무리하게 가격을 낮추는 출혈경쟁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달청이 지난 6월 최저가낙찰제 제출서류 중 시공실적증명서와 세금계산서를 없애는 개선책을 내놨지만, 가격 이외에 업체의 공사이행능력과 기술·경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뀌지 않고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최저가 낙찰제도는 중동이나 아시아 일부지역, 아프리카나 건설산업에 대한 육성제도가 필요없는 후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며 "영국·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최저가낙찰제의 문제점(부실공사·산재유발·일자리 감소·공사품질 저하 등)을 인식하고 폐지했다"고 전했다.

◇최저가 낙찰제 적용대상 '논란'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당국은 최저낙찰제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개정한 국가계약법(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시행령에 따라 최저가낙찰제 적용대상을 현행 300억원 이상 공공공사에서 100억원 이상 공사로 내년부터 확대 적용한다는계획이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최저가 낙찰제 시행 시기를 2년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이에 재정부는 최저가 낙찰제 적용대상을 200억원 이상 공사로 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이처럼 정부부처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지속되면서 업계의 혼란만 심화되는 형국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보고되고 각 부처별로 개선안도 내놨지만, 국회 파행으로 지난 29일 예정된 국회 심의가 중단됐다"며, "워낙 부처간 의견대립이 극심한 사안인지라 당·청이 개입해야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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