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자금압박 루머…STX 분석보고서 전무, 왜?
'또' 자금압박 루머…STX 분석보고서 전무, 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STX그룹이 시장으로부터 불편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룹 핵심사업인 조선업황의 부진과 투자회수 지연으로 인한 차입금 부담 우려에서다.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자금조달 관련 '루머'다.

◇사업구조 편중…차입금 부담 심화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STX는 3.4%, STX팬오션, STX메탈, STX엔진, STX 조선해양이 5% 상승하며 모처럼만에 기지개를 폈다.

이날 급등세는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대형 인수합병(M&A) 추진을 멈추고 내년 1분기까지 해외자산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는 경영의지가 시장에 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자금압박 우려는 여전하다. 전거래일인 지난 21일 STX엔진과 STX팬오션이 10~11%대, 타 그룹 계열사 주가 역시 5~6% 급락 마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STX그룹은 계열사 자금지원을 위해 회사채 발행에 나섰으나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았다. 이 때문에 증자, BW 발행 등 다양한 자금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STX그룹의 자금압박은 발주, 운송까지 연결되는 수직계열화 및 조선 해운업으로 편중된 사업구조가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사업구조는 지난 1976년 자산 4000억원으로 출발해 자산 23조원, 매출 19조원으로 지난해 대기업 순위로 20위권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었지만 업황이 악화되면서 계열사가 줄줄이 타격을 입게된 것.

실제 지난해 기준 STX팬오션의 매출 기여도는 31%로 가장 높으며 이어 STX조선해양이 21.52% 차지하는 등 50% 이상이 조선해운 부문에서 나오고 있다.

사업 비중이 치중되다보니 조선해운업에서 균열 신호가 나타나면 어김없이 그룹 리스크로 심화되고 있다.

이화진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그룹은 해운 조선업에 집중된 모습인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운 조선업황 부진에 따라 계열 전반의 영업변동성이 확대됬다"고 진단했다.

또 STX조선해양, STX팬오션, STX엔진 등이 지분투자로 연결돼 있는 등 그룹간 수익을 보전하는 방식도 리스크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올해 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지분법 투자이익으로 잡히는 투자사업은 해운무역, 조선, 에너지부문을 를 합한 매출 비중의 두 배를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자 STX는 사업다각화를 위해 최근 하이닉스 인수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미 늦었다'는 반응이 우세했다. 인수전 참여 과정에서 되레 취약한 자금력을 노출시킨 셈이 됐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무엇보다 큰 우려는 투자금 회수 여부다. STX그룹은 사업인수- 설비투자- 실적개선- 투자금회수- 신규사업 과정으로 성장해왔는데 투자금회수 '고리'가 끊어질 경우 최악의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차입금 부담이 있는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는 관련 루머가 다시 시장에 나올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주가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반기 기준 장단기차입금 및 사채는 1조5000억원이며 단기 금융부채는 1조2000억원으로 순부채 비율은 121%에 달한다. 여기에 당장 내년 1월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는 3200억원으로 추산된다.

◇올해 그룹 분석보고서 '0건'

STX그룹에 대한 우려는 증권사들의 외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STX그룹에 대한 분석을 타 증권사로 미루는 웃지못할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실제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초부터 현재까지 국문으로 작성된 보고서 중 STX그룹에 대한 분석보고서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같은기간 LG그룹에 대한 보고서는 107건이었다.

특히 STX조선해양, 팬오션 등 계열사에 대한 분석은 상당수 있지만, 유독 그룹 또는 그룹과 연계한 분석을 꺼린다는 게 복수 연구원의 전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STX조선해양 등 계열 조선 업체를 맡지 않는 연구원이 적지 않다"며 "항상 그룹의 리스크와 연결되다 보니 분석하기 껄끄럽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상황은 지주사 담당 연구원들도 마찬가지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그룹이 조선해양 실적에 민감하기 때문에 지주사만을 놓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반적으로 지주사의 경우 특정 사업이 부진하면 그 외 사업의 성장성을 주목해 분석을 내는 것이 관례지만 STX그룹은 조선업에 치중돼 있어 평가가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조선업이 2~3년간 장기 사이클을 갖고 있다는 점도 그룹사와 분석을 연계하는 데 애로점이 되고 있으며, STX그룹 자체가 너무 많은 회사를 거느린 점도 분석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STX그룹은 STX지주사, 팬오션 등 5개 국내상장법인과 13개 비상장법인, 112개 해외현지법인을 포함해 130개사에 달한다.

증권사 연구원은 "자회사까지 130여개에 달하는 회사다보니 지분구조상 담보 자산이 정확히 얼마나어디에 물렸는지 파악이 힘들고 어떤 리스크를 갖고 있는지 예측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리서치센터장들 역시 STX 그룹 분석에 대해 고개를 젓기는 마찬가지다.

한 증권사 센터장은 "실제 업황하고 재무재표 두가지를 모두 봐야하는데 채권 쪽이 아니면 쉽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경우 코멘트가 가능하겠지만 지난주 '설'이 나온 상황에서 개별 기업 사정을 말하기는 더욱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분석에 '손'을 놓다보니 시장에는 무성한 '설'만 난무하게 됐고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만 입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