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저축은행 피해자 가운데 '진짜' 서민은?
[기자수첩] 저축은행 피해자 가운데 '진짜' 서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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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전종헌기자] 최근 영업정지 제재를 받은 7개 저축은행의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에 목돈을 맡긴 예금자나 투자자들 대다수가 '서민'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국민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하지만 5000만원 이상 맡긴 예금자와 수천만원을 저축은행 후순위채에 투자한 이들 모두를 '서민'이라고 할수 있는 지는 고민해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 

물론 상당수 피해자는 메스컴을 통해 알려진대로 노후자금의 전부를 예금해뒀거나 자식들의 결혼자금을 위해 한두푼씩 모은 사례도 더러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출 없이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이 5000만원 이상인 예금자들과 최소 5년 이상 묶이는 후순위채권에 수천만원을 투자한 투자자들 모두를 '서민'으로 묶어 피해보상을 운운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간 높은 이자를 받아 챙겼으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니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는 예금자들의 모습에 냉소적인 시각을 내비치는 시민들이 더러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올초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상당수 자산가들은 낮은 금리의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의 저축은행을 더 선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8일 영업정지 된 7개 저축은행의 총 수신(올 6월말 기준)은 11조4357억원이다. 이 중 5000만원 초과 예금(15일 기준)은 1560억원(2만5766명), 평균 1인당 예금은 5561만원으로 전체 수신의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후순위채의 경우 2232억원(7571명)으로 평균 1인당 후순위채 투자금액은 2776만원이다.

결국 이번 사태를 좀더 냉정하게 살펴본다면 전체 예금자 가운데 상위 10%의 예금자들만이 원금손실 가능성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서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일면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이번 사태는 유독 '서민들의 피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후순위채 피해자 모두를 구제해야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후순위채의 경우 엄연히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상품' 성격이 강한데도 말이다.

한가지 반가운 사실은 정치권 일각에서 '과연 누구를 서민으로 봐야하느냐'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번 금융위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맥락에서 '서민'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영선 의원(한나라당)은 20일 정무위 국정감사 전체회의에서 "일반적으로 통용하는 용어 가운데 불명확한 정의로 인해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사례가 있다"며 '서민'과 '중산층'을 주요 사례로 제시했다.

저축은행 사태의 경우 금융당국의 부실한 감독이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측면에서 예금자들의 피해를 구제해야한다는 주장은 일면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금융시스템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 단지 피해자가 '서민'이라는 이유로 포퓰리즘이 남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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