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종합대책 下] 금융소외계층 '대책없다'
[가계부채종합대책 下] 금융소외계층 '대책없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동산시장에도 된서리...깡통아파트 속출 우려

[서울파이낸스 임해중·이종용·서지희기자]  이번 대책의 핵심방안 중 하나인 대출구조 개선이 되레 서민층만 옥죌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약 293조원 가운데 만기 일시상환형은 40%, 분할상환에 앞서 거치 중인 대출은 40%에 달한다.

당국은 거치기간을 수차례 연장해주는 관행에 제동을 걸어 '이자만 내는 대출'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고정금리 대출로 급격히 전환할 경우 대출자들의 비용부담이 단기간에 급상승한다는 점이다.

당장 원리금 분할 상환을 할 여력이 없는 서민들이 파산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 대출구조 개선, 서민층만 옥죌라

일시상환형 대출을 전면 금지하거나 만기연장 시 원리금 상환대출로 전환하면 가계부채 연체율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실질 소득 상승이 없는 상황에서 원리금 분할상환에 따른 가계 압박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부동산담보대출에 집중한 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책임을 서민층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은 가계부채종합대책에 따라 연체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걱정하지만 실제 가계연체율은 기업연체율보다 훨씬 낮다"고 말했다.

그는 "집을 담보로 잡힌 서민들은 우선적으로 '빚부터 갚아야 한다'는 압박이 강하다"며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서민층만 곤욕을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원금상환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고, 고정금리 방식의 장기대출 방식으로 유도하는 방향은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다만 서민층에 원리금 상환을 강요하면 연체율이 높아져 생활고를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낳는다"며 "중장기적으로 상환 기간을 늘리거나 이자 납입액에 대해서는 소득공제를 해줘 상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깡통아파트 속출, 주택시장 붕괴 우려

부동산시장엔 먹구름이 끼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개선을 위해 내놓은 카드는 이자와 원금 동시 분할상환의 확대다.

대출이자를 5%로 가정할 경우 2억 대출을 받았다면 매달 지불해야하는 이자는 83만원 정도다.

원리금분할상환 방식으로 대출을 받을 경우 매달 내야하는 돈은 158만원(15년 만기)으로 는다.

대출로 집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대책으로 주택시장에 이른바 깡통아파트가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근거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원리금 분할상환 부담이 커지면 집을 파는 사람이 늘게된다"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돌이킬 수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박사는 "깡통아파트가 속출하면 개인 파산만으로 끝나지 않고 주택담보대출에 주력해 온 금융권 부실로 확산될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분양계약자들도 비상이다. 아파트, 상가, 토지 등을 분양받아놓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분양권 포기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분양계약을 해지하면 각 가정에서는 계약금 등 최소한 수천만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

가계부채대책에 대한 우려가 높아가는 이유다. 주택담보대출이 서민경제·금융·부동산시장과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서다. 서민층에게 모든 리스크를 전가하다간 주택시장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출구조 개선과 함께 LTV상한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등 집값 하락에 따른 서민층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 금융소외계층 숨통 터줘야

이번 대책으로 금융소회계층이 갈 곳을 잃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서민금융에 초점을 둔 2차 방안 마련을 주문하는 이유다.

정부 대책은 금융권 가계부채 축소와 개별 금융회사들의 부채 관리 규정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거래조건이 미약한 금융소비자들의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협의회에서 "은행 가계대출 강도를 높일 경우 신용도가 낮은 금융고객들이 제2금융권으로 옮겨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언급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가계부채대책으로 제2금융권 역시 대출 한도·축소 등의 규제를 받을 것으로 보여 소외계층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날 우려가 높다.

제도권 금융회사의 문턱이 높아진 나머지 자칫 빚 부담이 지나치게 무거워지거나 고금리 사채시장으로 빠질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관계자는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금융소외계층의 입지가 좁아진다면 금융시장으로서도 큰 파장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