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카드사…'제2카드대란' 오나
위기의 카드사…'제2카드대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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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종용 기자] "지난해 A금융지주 전체 순익 2조원 중 1조원이 카드에서 나온 것 아니냐. 왜 카드업을 강화하려 하느냐. 이러다 정말 제2의 카드대란이 온다"

지난 18일 금융당국 수장과 5개 금융지주 회장 간 조찬 간담회에서 나온 말이다. 카드대출 규모, 연체율, 모집인 수 등 과열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가 2003년 카드대란 수준에 미치지 않지만 이대로 방치하면 '제2의 카드대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저신용자 카드대출 사용 급증···금리, 은행의 두배

특히, 저신용자(7~10등급)를 중심으로 카드대출이 급증했다는 점이 가장 불안한 징후다.

카드대출 잔액은 2009년 금융위기 여파로 전년보다 8.2% 감소했으나, 지난해에는 19.1% 증가한 27조9000억원에 달했다.

카드대출은 보통 높은 신용등급을 요구하는 은행에서 거절당한 저신용자들이 주로 찾는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신용등급(1∼10등급)의 최하단을 이루는 9, 10등급은 각각 13.03%와 16.36%가 카드대출을 쓰고 있다.

저신용자로 분류되는 7, 8등급도 12.49%와 8.29%가 각각 돈을 빌렸다. 신용등급이 가장 우량한 1, 2등급은 0.54%와 1.58%에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카드대출 증가분 상당수가 저신용자 대출 이용에 따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아울러, 결제를 다음으로 미룰 수 있어 빚이 일시에 눈덩이처럼 불어날 위험이 큰 리볼빙 이용잔액 중 9, 10등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36.4%로 높은 편이다.

카드대출은 금리 부담이 만만치 않아 더 큰 문제다. 평균금리가 지난해 말 현재 연 15.6%에 달한다. 현금서비스는 22.4%다. 같은 기간 은행권 신용대출 평균금리 6.12%에 비해 두배는 족히 넘는다.

◇카드사 과당 경쟁→저신용층 카드발급 남발

저신용자가 이처럼 카드대출을 애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카드사들이 마구잡이로 신용카드를 발급해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신용카드 발급이 급증했는데, 특히 저신용자들에 대한 카드 발급이 60% 증가한 것이 단적인 증거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발급된 신용카드는 모두 1200만개로 2009년(970만개)에 비해 24%가량 늘었다. 7∼10등급의 저신용자에게 발급된 카드는 전체의 8.7%에 해당하는 104만개로 전년 비중 6.6%(64만개)를 뛰어넘었다. 1년 만에 저신용자에게 신규로 발급된 카드 수가 60%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처럼 카드 발급이 우후죽순 늘면서 전체 카드 수는 카드대란 수준을 뛰어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신용카드 발급 수는 1억1659만개로 2002년 카드대란 때의 1억480만개를 넘어섰다.

카드 남발은 카드사들의 과당경쟁에서 비롯됐다.

KB국민카드가 전업 카드사로 독립 출범하면서 경쟁에 불을 붙였다. 올해 말에는 우리카드도 분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 카드 시장은 8개 사업자의 경쟁 구도로 재편된다. NH카드, 외환카드, 씨티카드의 분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산업은행과 우체국금융도 신용카드 시장진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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