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민혁명 '일파만파'…중동 왕정국가도 흔드나
재스민혁명 '일파만파'…중동 왕정국가도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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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차·불안한 후계체제…사우디·UAE·오만 '불안'
강력한 복지·민주주의…카타르·쿠웨이트 '안정'

[서울파이낸스 이지은 기자]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위가 이집트,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지역을 넘어 이란, 예멘, 바레인 등 걸프만 연안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제 사회는 반정부 시위의 파장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인근의 왕정국가로 번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요 산유국인 이들 국가에서 정정불안이 심화할 경우 유가 폭등으로 세계 경제가 출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아랍권 불안 확산<출처:글로브앤드메일=와이어서비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최근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이슬람권의 반정부 시위가 중동 왕정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을 분석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등 걸프만 인근의 왕정국가들은 막대한 오일머니 덕분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국가운영을 해왔다. 공공부문의 채용을 늘리고 각종 보조금 등 복지혜택을 제공하며 국민들의 정치참여를 막아온 것이다. 노동력도 시민권이 없어 추방하기 쉬운 외국 노동자를 수입하는 방식으로 충당했다.

그 사이 왕족일가는 정부의 주요보직을 독차지했고, 거액을 외국으로 빼돌려 정정불안시 망명할 수 있는 비상구를 열어뒀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데이비슨 영국 더럼대 중동정치학 교수는 중동 왕정 국가들도 더 이상 반정부 시위의 무풍지대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는 특히 아라비아반도의 강국이지만 빈민층이 많은 사우디와 UAE, 오만 등지에서 적극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데이비슨 교수는 알-사우드 왕가가 통치하고 있는 사우디에 대해 왕세자 술탄(83세)과 내무장관 나예프 왕자(71세) 등이 워낙 고령이어서 후계 구도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아부다비와 두바이 등 7개 토후국이 느슨한 연합형태를 취하고 있는 UAE의 경우 북부의 가난한 지역 국민들이 시민혁명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점쳤다.

그는 알-부 사이드 왕가가 이끄는 오만도 후계구도가 불안하다고 평가했다. 카부스 빈 사이드 국왕은 비교적 안정적인 정권을 쥐고 있지만 올해 70세로 노령인 데다 자식이 없어 후계자도 없는 상황이다. 앞서 1970년대 초 현 국왕의 삼촌으로 총리였던 타리크 빈 타이무르 알-부가 후계자로 지목됐지만 이미 세상을 떠났다.

데이비슨 교수는 그러나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으로 복지제도가 발달한 카타르와 상업의 발달로 일찍이 의회제도가 자리잡은 쿠웨이트에 대해서는 시위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그는 알-타니 왕가가 다스리는 카타르의 경우 중동에서 가장 적극적인 중립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막대한 천연가스 판매수입으로 생긴 국부를 국민들에게 배분해온 만큼 정권이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카타르 민영방송 알자지라는 아랍권 반정부 시위대의 목소리를 생중계하고 있을 정도로 사회 분위기도 개방적이다.

쿠웨이트의 알-사바 왕가는 중동지역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민주화된 왕정으로 손꼽힌다. 수십년간 야당을 인정하는 의회제도를 유지해왔다. 데이비슨 교수는 일찍이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등장한 상인계층이 왕정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의회 민주주의가 다져진 만큼 쿠웨이트에서 시민혁명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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