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퇴직연금 열전] 보험업권, 퇴직연금시장 '왕좌' 되찾을까
[보험사, 퇴직연금 열전] 보험업권, 퇴직연금시장 '왕좌' 되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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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속도' 시장성장세, 연말 50조원 확대전망
보험업권, 찾아가는 영업으로 '왕의 귀환' 달성

[서울파이낸스 유승열 기자] 금융권이 퇴직연금시장을 두고 입맛을 다시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금융권에서 올해 말 5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퇴직연금시장은 그야말로 별천지로 인식되고 있다.

퇴직연금시장을 향해 군침을 삼키기는 보험업계도 마찬가지다. 보험업계는 이달 국회에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하 근퇴법) 개정이 이뤄지면 설계사들이 퇴직연금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돼 강점이 부각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퇴직연금시장에서 은행권에 선두자리를 빼앗긴 보험업계가 적립액 격차를 줄이며 왕좌를 되찾을지 주목된다.

◇급성장하는 퇴직연금시장
퇴직연금시장 규모는 매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총 29조1472억원으로 한 해 전 14조459억원보다 100.08% 늘었다. 퇴직보험 및 퇴직일시금신탁의 효력 만료와 함께 현대차그룹, LG화학, GS칼텍스 등 대기업들이 퇴직연금제도를 속속 도입하면서 12월에만 6조8000억원의 적립금이 확충됐다.

금감원은 올해 말 시장 규모가 50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퇴직연금시장의 급성장세 속에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생명이 퇴직연금 사업자 중 최초로 적립금 4조원을 돌파했으며, 삼성화재 역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상품별로는 근로자가 사전에 지급받을 퇴직급여가 확정돼 있는 확정급여형(DB)이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으며,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보다 원리금보장상품이 88.5%를 점유하고 있다.

◇'왕좌' 빼앗긴 보험업계
그러나 보험업계는 퇴직연금시장에서 타 금융업권이 활발한 날개짓을 하고 있는 데 반해 움츠러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은행·증권업계는 시장점유율을 늘리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보험업계는 오히려 몸집이 줄어들고 있다.

퇴직연금시장에서 보험업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9조9483억원(34.2%)으로 전년보다 5.5%포인트 줄었다. 손보업계의 점유율은 8.1%로 전년(6.2%)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생보업계는 33.5%에서 26.1%로 7.4%포인트 뒤쳐졌다.

반면 증권업계는 16.2%로 전년(11.8%) 대비 영향력을 4.4%포인트 끌어올렸고, 은행 역시 절반에 가까운 시장(49.6%)을 점유해 1위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한 은행업권과 고금리를 내세우는 증권업권에 비해 보험업권은 안정적인 자산운용능력과 세심한 서비스를 앞세우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높은 수익률과 낮은 수수료라는 점에서 보험업계는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그렇다고 앞으로의 전망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올해 퇴직연금시장의 환경이 대거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근퇴법 개정은 '왕의 귀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동안 보험설계사들의 퇴직연금 권유 및 판매가 금지됐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설계사들도 퇴직연금을 취급할 수 있게 돼 보험업계의 대면모집채널의 강점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개인퇴직연금계좌(IRA) 가입대상이 일반근로자에서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퇴직자 등으로 대폭 확대되고 퇴직보험·신탁의 세제혜택이 종료됨에 따라 기존의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은퇴 후 IRA로 이동할 여지가 커져 시장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IRA시장이 전체 퇴직연금시장의 41%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중 80%의 계약을 보험설계사들이 중개하고 있다.

류 연구위원은 "선진국의 경우 소비자들이 시간이 갈수록 수익률보다 장기적인 안정성과 서비스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보험사들은 특히 IRA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의 귀환' 준비 끝
시장변화에 대비한 보험업계의 준비는 마무리 단계다. 퇴직연금 사업권을 가진 보험사들은 퇴직연금 전용 홈페이지를 새로 구축하거나 리뉴얼 중이고, 퇴직연금 유치를 위한 인원확충 및 상품준비에 힘을 쏟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10월 퇴직연금 홈페이지 리뉴얼 작업을 끝냈으며,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1월, 현대해상과 대한생명은 지난해 12월 완료했다. 이 홈페이지는 퇴직연금 제도 및 상품 소개, 가입자의 계약정보와 운용현황, 신청 및 변경 등을 조회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류 연구위원은 "근퇴법 개정안으로 설계사, 지점과 대리점도 일정한 자격요건이 있으면 권유나 판매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며 "설계사가 단체보험도 판매하게 되면 20만명 정도 되는 설계사 조직의 마케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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