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존도 낮추는 현대차···'탈희토류'로 자원수급 리스크 대응
中의존도 낮추는 현대차···'탈희토류'로 자원수급 리스크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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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소재 기술 경쟁력 확보 위해 산합협력 공동연구실 설립
토요타 등 해외 업체들도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 줄이기 나서
현대차 전동화 모델 전용 플랫폼 E-GMP (사진= 현대차 제네시스)
현대차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사진=현대차그룹)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모터 제작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원료로 사용하지 않는 차세대 전기차 모터 개발에 나섰다. 희토류 대부분을 중국에서 들여오다 보니 국제 정세 영향을 크게 받아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모터 핵심 부품인 희토류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날 서울시 서대문구 소재 연세대학교에 '현대차그룹 자성재료 공동연구실'을 설립했다. 공동연구실은 전기차 소재 기술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국내 주요 대학들과 함께 3년간 희토류 대체 원료 기술 내재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연구 과제는 △비희토류 자성 소재 연구 △모터 단위에서 희토류를 회수해 재활용하는 희토류 리사이클 연구 △소재의 자성 측정을 고도화할 수 있는 자기특성평가 연구 등이다.

희토류는 독특한 화학, 전기적 특성을 갖는 17종의 원소를 통칭한다. 전기차 모터 제작에는 네오디뮴·디스프로슘·터븀 등 3종의 원소가 쓰인다. 이중 네오디뮴은 강한 자성을 띠는 물질로, 여기에 미량의 디스프로슘·터븀을 섞으면 섭씨 2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자성을 유지한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은 네오디뮴의 이러한 특성을 극대화한 '영구자석 동기모터(PMSM)'를 전기차에 탑재한다. 모터 회전자에 네오디뮴계 영구자석을 두고 회전자 주위에 코일을 감아 만든 전자석을 배치해 동력을 발생시키는 원리다. 

이렇게 만들어진 PMSM은 구조가 단순하고, 고출력을 확보하는 데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다. 효율도 높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국에서 희토류를 들여와야 하는 단점이 있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시장 점유율 70% 이상 확보한 나라로, 전기차를 비롯해 IT기기, 군수품 등 첨단 산업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의 시장 지배력을 흔드려는 미국 등 서방의 자원 패권 전쟁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자 공동연구실을 설립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2018년부터 희토류 공급망 안보 강화를 위해 4억5000만달러(약 61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관련 기업들에게 보조금과 세금공제혜택을 명목으로 제공해왔다. 미 정부의 희토류 공급망 안보는 동맹국 업체들에도 적용되는데, 지난해 미 정부는 미국 내 희토류 생산 시설을 가동하기로 한 호주의 라이나스 레어어스에 2억5000만달러(약 3400억원), 독일 VAC에 1억달러(약 13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WSJ는 "미국이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희토류 생산·가공 능력 확대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이어 "지난 14일(현지시간)에는 미 정부에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부터 미국의 기업과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며 중국산 희토류 관세를 0%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가 나왔다. 미국이 중국산 희토류에 관세를 매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 관세법은 2026년부터 시행된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세계 희토류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희토류 수출 통제와 같은 보복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중국은 이미 작년 12월 시장 패권을 이어가고자 희토류의 채굴, 선광, 제련 등을 포함한 가공기술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업계는 미국과 중국의 자원 패권 전쟁, 자국 우선 주의 등이 강해지면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는 우리나라 완성차·배터리·부품 업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가운데 유럽도 전기차 핵심 원자재의 제3국 의존도를 줄인다는 이유로 연내 핵심원자재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 법은 2030년까지 제3국 전략적 원자재 의존도를 역내 전체 소비량의 65% 미만으로 낮추는 공급망 다변화 규정을 담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측은 "유럽은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가 100%에 이르는 지역"이라면서 "이를 줄이기 위해 시행되는 법인 만큼 관련 업계는 자원 수급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줄여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토요타 등 해외 완성차 업체들도 중국산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모터 개발에 나섰고, 프랑스 부품 업체 발레오의 경우 최근 아예 희토류를 포함하지 않는 모터를 만들었다. 현대차그룹도 대체 소재 기술 경쟁력 확보로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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