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가이드] 초대형 TV의 나비효과···극장의 위기는 이제부터
[OTT가이드] 초대형 TV의 나비효과···극장의 위기는 이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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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98형 TV 라인업 확대···"OTT 수요 확대에 대응"
'극장 몰입감' 담은 기술 발전···'영화경험 양극화' 우려도
멀티플렉스 차별화 관건···구조조정 후 프리미엄화 해야
삼성전자 Neo QLED 8K TV.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Neo QLED 8K TV. (사진=삼성전자)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지난 13일 삼성전자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2024년형 TV 라인업을 공개하는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다양한 TV 라인업과 함께 8K 업스케일링을 돕는 AI 기술도 소개했다. 같은날 LG전자도 별도의 행사를 개최하진 않았지만, 2024년형 TV 라인업을 대거 공개했다. 

세계 TV 시장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 기업들의 추격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이 같은 시장상황에 대해 두 회사는 TV 라인업을 다변화하고 플랫폼 기술을 발전시켜 시장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에서 눈에 띄는 점은 OTT와 TV의 관계다. 김정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한국총괄 프로는 "우리나라 OTT 이용률은 86.5%이며 이 중 유료 이용자 55.2%다. 1인당 평균 1.8개의 유료 OTT를 이용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 프로는 "이 같은 OTT 이용 추세에 따라 더 좋은 시청경험과 몰입감을 줄 수 있는 초대형 TV에 대한 선호가 늘었다"며 "전체 TV 구매자 중 85인치 이상 판매 비중이 36%로 가장 높았고 98형 이상 판매량은 전년 대비 5배 늘었다"고 밝혔다. 초대형 프리미엄 TV의 판매 상승세에 OTT 이용자의 확대가 크게 기여를 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콘텐츠 창작 자본이 OTT로 몰리면서 블록버스터 영화에 버금가는 드라마 콘텐츠가 많이 공개되고 있다. 당연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이를 시청하는 이용자들은 더 몰입감있는 시청경험을 위해 초대형 TV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극장의 위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넷플릭스 등 OTT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타고 급속도로 성장했다. 전세계적으로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지면서 극장산업이 침체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한 OTT 수요가 늘었다. 3년 시간이 지나고 엔데믹이 찾아왔지만, 극장은 OTT로 떠난 이용자들을 찾아올 명분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사이 올라버린 가격은 관객들에게 "극장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CGV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 (사진=CJ CGV)
CGV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 (사진=CJ CGV)

그럼에도 극장이 OTT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시청경험'에 있었다. OTT의 강점은 휴대폰이나 태블릿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시청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극장은 어두운 공간과 대형 스크린, 빵빵한 사운드 시스템으로 관객들에게 최고의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는 OTT가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부분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024년형 TV를 대거 공개하면서 초대형 프리미엄 TV 라인업을 강화한 데는 극장의 시청경험을 따라잡으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대형 TV에 그치지 않고 사운드바 기술의 발전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출시한 삼성전자 TV는 AI가 콘텐츠 특성과 시청환경에 맞게 사운드를 최적화시켜주기까지 한다. 

초대형 프리미엄 TV의 기술 발전은 극장에게 분명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OTT가 극장을 대체한다'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네오(Neo) QLED 8K 98형의 출고가는 4990만원이다. 올해 출시한 85형의 가격도 1590만원이다. 분명 이 가격은 모든 가정에서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은 어떤 환경에서 영화를 보는가에 따라 영화에 대한 재미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을 잘 안다. 예를 들어 최근 개봉한 '듄 파트2'를 CGV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용아맥)에서 보느냐, 스마트폰으로 보느냐의 차이다. 

극장이 가진 이점은 적어도 상영관에 있는 모든 관객들이 평등한 영화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데 있다. 소위 '용아맥'이라는 랜드마크가 생기고 이런 평등함이 조금 깨지긴 했지만, 그래도 '용아맥'에 있는 관객들은 평등한 영화경험을 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영화 '듄 파트2'는 최적의 시청환경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다르게 기억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OTT의 시대에는 이 같은 경험의 양극화가 확대될 수 있다. 사진은 영화 '듄 파트2'.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지난달 28일 개봉한 영화 '듄 파트2'는 최적의 시청환경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다르게 기억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OTT의 시대에는 이 같은 경험의 양극화가 확대될 수 있다. 사진은 영화 '듄 파트2'.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영화경험을 하기 위해 그에 걸맞은 고가의 TV와 사운드 시스템을 직접 구매해야 한다면, 더 이상 영화경험은 평등하지 않게 된다. 이미 멀티플렉스가 특별관을 대거 만들 때부터 영화경험의 불평등은 시작됐다. 그러나 OTT의 성장은 영화경험에서 '양극화'라는 단어를 써야 할 지경까지 만들었다. 

극장이 제공하는 영화경험이 집보다 낫다는 사실을 일깨워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자를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극장이 제공하는 영화경험은 집에서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걸 인식시켜줘야 극장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다면 거점 도시의 극장만을 남기고 중소도시 지점이나 적자가 지속되는 지점을 정리한 다음 남겨진 극장의 상영환경과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방법이다. 티켓 가격의 인상으로 영화가 더 이상 보편적 여가활동이 아니라는 인식이 심어졌다면 그에 걸맞은 서비스와 영화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어느 경제전문가의 말처럼 지역균형발전을 꾀하기 어렵다면 광역지자체에 발전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간단히 설명해 적자보는 지점을 정리하고 '용아맥'과 같은 극장을 전국 주요 대도시에 하나씩 짓는게 낫다는 의미다. 실제로 일부 영화팬들은 '용아맥'을 이용하기 위해 지역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적자구조를 개선하고 '용아맥'과 같은 고급 상영관을 확대하는 것이 지금 멀티플렉스에게는 현실적인 전략일 수 있다. 

극장과 OTT의 경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초대형 TV 보급이 더 늘어나면 그때부터 극장과 OTT의 경쟁이 시작된다. 올해가 그 분기점이 될 것이다. 이는 영화산업의 미래와도 연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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