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새 이사진 '女風'···'구인난'에 사외이사 변화폭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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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이사 9명 中 여성 4명···직군 다양화로 지배구조 '선진화'
4대금융, 임기만료 이사 70% 재선임···내부통제 역할 강화 '부담'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이사회에 변화가 감지된다.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확대되면서 '여풍(女風)'이 거세지는 한편,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내부통제 강화 요구에 따라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춘 인사 영입에도 공을 들인 모습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이달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총 9명의 신규 사외이사를 추천했다. KB금융은 1명, 신한금융은 2명, 하나금융은 4명, 우리금융은 2명 등이다.

이 중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은 다양성 차원에서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확대했다. 오는 26일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는 신한금융은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송성주(女)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와 최영권 전 우리자산운용 대표를 추천했다. 신한금융과 자회사에서 총 9년의 임기를 채운 성재호 이사와 사임 의사를 밝힌 이윤재 이사가 퇴임하면서 신임 후보자들이 빈자리를 채운다.

송성주 후보는 여성 사외이사면서 리스크관리 부문에 역량을 보유한 인사다. 미국 시카고 대학교에서 통계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금융공학 및 리스크관리를 위한 금융통계를 연구한 전문했으며 한국리스크학회, 리스크관리연구회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한국거래소, 우체국예금보험 등 공공기관 자문위원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특히, 송 후보가 이사진으로 추가되면서 신한금융의 여성 사외이사 수는 2명에서 3명으로 늘었고, 이사회 내 비중도 22.2%에서 33.3%로 확대됐다. 현재 이사회 내 여성 사외이사는 송 후보 외 김조설 오사카상업대 경제학부 교수, 윤재원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등이다.

송 후보와 함께 추천된 최영권 사외이사 후보는 오랜기간 펀드매니저로 일해 온 주식운용 전문가로 공무원연금공단 자금운용단장, 하이자산운용 및 우리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대체투자, 사회적책임투자에 정통한 자본시장 전문가로 평가되며 현재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하나금융에선 윤심(女) 전 삼성SDS 클라우드사업부 부사장과 함께 주영섭 전 관세청장, 이재술 전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대표,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4명을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하면서 사외이사 수가 기존 8명에서 9명으로 늘었다. 임기 6년을 채운 김홍진·양동훈·허윤 사외이사는 이달 22일 주총을 끝으로 퇴임한다.

하나금융에서도 여성 사외이사 수가 기존 원숙연 이사 1명에서 원숙연·윤심 2명으로 늘었다. 이번에 추천된 윤심 후보는 중앙대 전산학 학사, 프랑스 파리 제6대학 전산학 석박사를 졸업했으며 미라콤아이앤씨 대표, 삼성SDS 부사장 등을 역임한 IT 전문가이기도 하다. 특히, 하나금융에선 교수 등 학계에 편중됐던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하는 모습이다. 새로 추천된 4명의 이사는 각각 관료(주영섭), 회계(이재술), 법·학계(이재민), IT(윤심) 분야를 맡고 있다.

우리금융은 이은주·박선영 교수 등 2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하면서 기존 6명이던 이사회를 7명으로 보강했다. 여성 사외이사 비중은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인 이 후보는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 인공지능신뢰성센터 소장, 사회적가치연구원 이사로 재직하는 등 브랜드와 ESG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박 후보는 금융산업·경제·디지털분야 전문가로 현재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정부부처에서도 자문·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KB금융은 임기가 만료된 김경호 이사회 의장 대신 이명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이 후보는 한국은행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뒤 2006년 한국금융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 기업부채연구센터장, 기획협력실장, 금융연구원 부원장을 역임했다. 경제학 박사이자 거시경제 전문가로,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했으며 금융위, 한은 등에서 자문역할을 수행했다. 금융산업 리스크관리에 대한 자문 경험도 많다.

KB금융의 경우 이달 임기가 종료되는 권선주(女) 이사를 중임 추천하면서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현재 4대 금융지주 가운데 KB금융의 여성 사외이사 비율이 약 42.9%(7명 중 3명)로 가장 높다.

금융그룹들이 여성 사외이사 비율을 높이고 직군을 다양화하는 등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있는 것은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른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제시하면서 국내 금융그룹 이사회의 성 다양성이 미흡하고 학계 중심 인사로 편중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이런 움직임에도 큰 틀에서 변화의 폭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4대 금융에서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23명 가운데 중임 추천된 인사는 16명으로, 약 70%에 달한다. KB금융은 임기만료 4명 중 3명을, 신한금융은 9명 중 7명, 하나금융은 6명 중 3명, 우리금융은 4명 중 3명의 사외이사를 재추천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통과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개정안으로 금융사고, 내부통제와 관련된 이사회 역할과 의무가 강화되면서 새로운 사외이사 영입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당국의 '옥죄기 기조'가 금융회사 이사회에까지 영향을 끼치면서 이에 부담을 느낀 인사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임기를 끝까지 채우고 퇴임하는 배경에는 업무 연속성 차원도 있지만, 새로운 사외이사를 모시기 어려운 환경도 한몫 한다"며 "지배구조법 개정으로 사외이사 찾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사회 선진화 요구는 커지고 있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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