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조달금리 하락에도 역주행하는 카드론 금리, 왜?
[초점] 조달금리 하락에도 역주행하는 카드론 금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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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채 금리 한달 새 0.46%p하락···카드론 금리, 0.17%p 상승
원인은 '시차'와 높은 저신용자 비중···"금융권 리스크관리 영향"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여전채 금리 하락세에도 카드론 등 카드대출금리가 일제히 상승하는 이례적 현상이 발생했다. 업권에선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조달금리의 특성과 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취약차주 대출 수요가 쏠린 것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당분간 현재 수준의 대출금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카드론(장기카드대출) 평균 금리가 연 14.56%로, 전월 대비 0.17%포인트(p) 상승했다.

타 대출서비스 금리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 7개사의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평균 금리는 17.86%로 한달새 0.2%p 올랐으며,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평균 금리(16.73%)도 0.03%p 상승했다.

반면 대출금리를 산정하는 핵심 재료인 조달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여전채(AA+, 3년물) 금리는 3.843%로, 11월 말 대비 0.456%p나 떨어졌다. 글로벌 통화정책상 추가 긴축 압박이 해소되면서, 지표금리가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사들은 은행 예·적금 같은 수신 기능이 없어, 여전채나 차입금 등을 통해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한다. 금리가 하락할수록 카드사의 비용부담도 낮아지면서, 대출금리도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카드대출 금리가 오름세를 보인 배경엔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대출금리의 특성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채권금리 내림세가 즉각 반영되진 않는다. 통상 회사채 등을 연 단위로 운용하는 만큼, 짧아도 2~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지난해 여전채금리가 꾸준한 오름세를 보인 만큼, 미처 반영되지 못한 상승분이 뒤늦게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고객층이 취약차주인 업권 특성도 반영됐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말 기준 카드대출의 저신용 차주 비중은 600~699점이 41%, 500~599점이 7%에 달한다. 또한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비중이 57.1%로, 취약차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 같은 취약차주 비중은 고금리 장기화 기조와 맞물려 건전성을 악화시킨다. 3분기 기준 7개사의 총연체율은 평균 1.67%로 전년 동기 대비 0.62%p나 악화됐다. 또한 7개사의 대손상각비는 3조338억원으로 일년새 62.9%나 확대되는 등 리스크관리 비용이 급증한 상태다.

특히 작년 말 은행과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문턱을 높이면서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한 카드사 대출에 수요가 쏠렸는데, 이는 4분기 수익성과 건전성을 악화시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빚으로 빚을 돌려막는 형태인 대환대출 잔액의 경우 12월 기준 1조6273억원으로 전년 대비 55.6%나 급증한 상태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저축은행 등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저신용 차주 비중이 높아졌다. 실제 대출금리가 뛰었다기보다, 총대출금리가 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업권도 대출부문을 축소하고 있지만, 우회가 가능한 리볼빙이나 대환대출 이용이 늘면서 건전성의 추가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본격적으로 조달금리가 안정화되거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대출금리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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