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엔진 계속 만들겠다"···현대차 "전기차 개발 역량 집중"
도요타 "엔진 계속 만들겠다"···현대차 "전기차 개발 역량 집중"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車 시장 미래 두고 다른 비전 제시···'다양성 vs 혁신' 갈림길
도요다 아키오 "소비자 선택권 확보, 일자리 보호 위해 필요"
정의선 "현실 안주 안돼···변화야말로 미래 위한 혁신의 열쇠"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도요타가 세계적인 전동화 추세에도 소비자 선택권 확보와 일자리 보호를 위해 엔진 개발을 지속한다. 반면 현대차는 미래 시장 선점을 목표로 전기차 개발에 더 역량을 기울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은 최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오토살롱 2024에 참석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도 소비자에게 폭넓은 선택권을 제공하고, 특히 일본 내 수백만 개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계속해서 엔진을 개발·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아키오 회장은 "현재 일본 내 자동차 산업 종사자 수는 550만명에 이르고, 대다수가 엔진 개발·생산에 힘쓰고 있다"며 "일본 자동차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이들의 열정과 노력을 결코 헛되이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 전동화 추세와 관련해서는 "전 세계 모든 완성차 업체가 탄소 중립을 위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 개발·생산에 집중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엔진에 배터리·모터를 접목한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가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아키오 회장은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재팬모빌리티쇼에서 "세계 전기차 시장은 높은 진입 문턱과 부족한 충전 기반시설 등으로 인해 둔화세에 접어들었다"며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 한 차종에만 집중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피력했다.

실제 세계 전기차 시장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하다 보니 업체들은 관련 투자를 보류하거나 중단하고 나섰다. 반사이익은 전기차 대비 저렴하면서 충전 스트레스도 없는 하이브리드차에게 돌아갔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국 하이브리드차 시장이 성장세로 돌아섰다. 세계 하이브리드차 시장 점유율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도요타도 세계적인 하이브리드차 열풍에 힘입어 작년 1천만대가 넘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아키오 회장은 "일본 자동차 산업의 강점은 장기간에 걸친 차량 제작과 실패 경험에서 나온다"면서 "성장 동력은 무엇이든 될 수 있지만, 지금은 하이브리드차 시대"라고 했다.

이런 아키오 회장의 생각과 달리 국내 자동차 산업을 이끌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전동화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정반대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일 신년회도 경기 광명 소재 그룹 첫 전기차 전용공장 기아오토랜드광명2공장에서 가졌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전용공장에서 신년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그룹 첫 전기차 전용공장인 기아오토랜드광명2공장에서 새해를 시작해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곳에서 시작해 울산과 미국, 세계로 이어질 전동화 혁신이 진심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전기차 수요 둔화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체질을 만들기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끊임없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변화야말로 지속 가능한 미래의 바탕이 되는 혁신의 열쇠"라고 말했다.

그룹은 올해 2분기 전기차 전용공장 기아오토랜드광명2공장을 완공하고, 소형 전기차 EV3를 생산해 국내외 판매를 시작한다. 이후 미국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아오토랜드화성 전기차 전용공장,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을 순차적으로 가동해 혁신적인 전기차를 세계 시장에 선보일 방침이다. 아울러 2045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전기차 보급 확대와 더불어 국내외 생산거점에 태양광발전시스템 도입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감축 활동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전기차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소프트웨어(SW)를 강조했다. 정 회장은 "SW를 중심으로 개발한 차가 그렇지 않은 차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다양한 기능을 빠르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지금은 경쟁 업체 대비 SW 품질이 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지만, 미래를 위해 SW 경쟁력 측면에서 세계 최고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구체화할 방안으로 SW 연구개발(R&D) 역량을 한데 모을 새로운 조직 신설을 주문했다. 그룹은 기존 파편화한 SW 개발 조직을 통합해 '미래차플랫폼(AVP) 본부'를 신설하고, R&D 본부를 재편했다. AVP 본부장에는 송창현 SDV 본부장 겸 현대차그룹 글로벌SW센터 포티투닷 대표를, R&D 본부장에는 차량 개발 전문가인 양희원 사장을 선임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SW 개발에 초점을 맞춘 AVP 본부와 차량 개발 전반을 수행하는 R&D 본부를 통해 미래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의 상반된 미래 방향성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지금은 미래를 읽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도요타가 세계적인 하이브리드차 열풍으로 인해 잘 나가는 것처럼 보여도 계속해서 과도기적인 차량 판매에 안주하고, 자기합리화에 빠지다 보면 도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동화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필연적인 움직임인 만큼 변화를 중시하는 정 회장의 전략이 궤도를 타기만 한다면 향후 미래차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