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치는 보험사기에 소송 늘어나는데···국회서 잠자는 보험사기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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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상반기 기준 총 1288건···평균 전부승소율 96.5~98.4%
법 개정 없이는 민사소송 나서야···불필요한 지출 적잖아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 지난 8일 법사위 문턱 못 넘어
사진=서울파이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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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보험사기가 나날이 증가하면서 보험사가 유죄 판정을 받은 이들을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이 지난해 상반기에만 130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기로 지급한 보험금을 돌려받으려면 부당이득반환소송을 걸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나가는 법률 비용도 적잖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기 유죄확정 판결 관련 진행 중인 본안소송 및 민사조정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생명보험사 81건, 손해보험사 1207건 등 총 1288건으로 집계됐다.

보험사별로 보면 생보사에선 △삼성생명 25건 △신한라이프 17건 △한화생명 9건 △흥국생명 6건 △교보생명 6건 △라이나생명 6건 △KDB생명 4건 △AIA생명 3건 △동양생명 3건 △메트라이프 2건 등 순으로 소송건수가 많았다.

손보사의 경우 삼성화재가 640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DB손보 193건 △롯데손보 82건 △KB손보 80건 △현대해상 64건 △AXA손보 58건 △한화손보 51건 △메리츠화재 20건 △하나손보 15건 △흥국화재 3건 △MG손보 1건 등 순이었다.

이미 유죄확정 판결이 난 만큼 보험사가 제기한 소송의 승소율은 높은 편이다. 같은 기간 선고된 보험사기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은 총 670건으로 생보사가 29건, 손보사가 641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생보사의 평균 전부승소율은 98.4%, 손보사는 96.5%다.

물론 사기로 확정 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이들이 편취한 보험금을 전부 돌려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생보사 중 신한라이프는 7건 중 6건은 전부승소한 반면 일부승·패소 1건으로 전부승소율 85.7%를 기록했다.

손보사 중에선 메리츠화재가 13건 중 전부승소 11건, 일부승·패소 1건, 전부패소 1건을 기록, 전부승소율이 84.6%에 그쳤으며, 한화손보는 37건 가운데 전부승소 34건, 일부승·패소 1건, 전부패소 2건 등으로 91.9%의 전부승소율을 보였다.

현재 보험사가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을 환수하려면 유죄확정 판결 후 부당이득반환소송을 따로 제기해야 한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에 보험사기로 이미 지급한 보험금에 대한 환수 조항이 없어, 보험사기가 늘어날수록 보험사들은 별도 환수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보험금을 노리고 허위 진단을 받거나 사고를 꾸미는 수법의 보험사기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지난해 상반기 6233억원으로, 전년 대비 21.8% 늘어난 데다 상반기 기준 처음으로 6000억원선을 넘어섰다. 적발인원 역시 지난해 상반기에만 5만5051명이었다.

그만큼 보험금 누수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것은 물론, 보험사들의 보험사기 관련 소송과 소송으로 들어가는 불필요한 비용도 늘어나게 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금감원이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작년 상반기 보험업권은 부당하게 지급된 보험금 반환을 요구하는 경우를 포함해 고객을 상대로 한 소송 비용으로 89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기간 법적 다툼은 1만2130건에 달한다.

이는 곳곳에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에 대한 개정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당 법은 2016년 제정된 후 단 한 차례의 개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보험사기 범죄 예방과 대응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상태다.

개정안은 보험사기의 알선·권유·유인·광고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보험사기죄와 동일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보험사기를 부추기는 보험업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 강화와 보험사기 목적의 강력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이 담겼으며, 여기에 더해 보험사기가 확정될 경우 별도 민사소송 없이 지급된 보험금을 환수할 수 있는 근거 역시 마련된다.

다만 다른 현안에 밀려 지난 8일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해 업계의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보험 종사자 등에 관한 가중처벌이 과하단 의견과 법률상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반영됐다. 개정안은 이달 말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으로, 향후 검토 과정에서 핵심 내용으로 거론되는 부분이 수정 및 삭제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보험사기 근절 의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통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시간이 더욱 지체될 수 있단 우려도 있다"며 "개정안이 통과돼야 지능적으로 이뤄지는 보험사기를 방지하고 일반 보험 가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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