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 태영건설 자구안에 당국도 '쓴소리'···"남의 뼈 깎겠다는 것"
'맹탕' 태영건설 자구안에 당국도 '쓴소리'···"남의 뼈 깎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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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 "약속한 최소한의 자구책 지켜지지 않아"
"신뢰 축적 위해선 외담대 정리해야···11일 어떻게든 결론"
"컨틴전시 플랜 준비···연쇄적인 영향 없도록 대응 방안 강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신년인사 및 현안 관련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신년인사 및 현안 관련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금융감독 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알맹이 빠진' 자구안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내비쳤다.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이나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매각 내용 등이 빠지면서 '뼈를 깎겠다'던 태영 측 자구 노력이 사실상 '남의 뼈'를 깎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외상매출 담보 채권대출(외담대)을 정리하지 않고선 기초적인 신뢰 축적이 어렵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당국은 실질적인 자구안 없인 채권단 설득이 힘들 것으로 보고, 컨틴전시 플랜(우발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비상계획) 등을 차질 없이 가동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신년인사 및 현안 관련 질의응답을 진행하면서 "채권단에서는 태영 측의 진실성 있는 자구 노력이 부족하다고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다"며 "당국도 워크아웃 신청 시 약속한 최소한의 자구책이 시작 직후부터 지켜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우려와 경각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태영그룹은 전날 열린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채권단설명회에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1549억원) 투입 △에코비트 매각추진 및 매각대금의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골프장)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 4가지 자구안을 내놓았다.

자구안에는 최대 관심사였던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등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과 SBS 지분매각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을뿐더러, 인더스트리 매각자금이 대주주인 TY홀딩스의 채무보증을 해소하는 데 우선 쓰이면서 채권단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단에 이어 당국도 태영건설의 정상화 의지에 의구심 섞인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낸 셈이다.

이 원장은 "부동산 PF 관련해서는 원칙에 입각한 질서 있는 구조조정이라는 기본 방침은 정부와 당국이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는 지점"이라면서 "대주단의 협약, 동의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보다 더 진실하고 진정성 있는 대주주 내지는 그룹의 약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영 측 앞단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태영건설 지원에 전혀 쓰이지 않고, 대신 총수 재산의 핵심인 TY홀딩스 지분을 지키는 데 쓰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오너 일가 입장에선 충분한 유동자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워크아웃 계획엔 단돈 1원도 포함되지 않고, 앞서 제시한 계획 내에서도 공헌하겠단 내용조차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에코비트 매각과 관련해선 "에코비트가 상당히 건실한 기업이고, 매각이 잘 추진되면 의미 있는 금액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타 대주주가 있는 상황인 데다가 여러 가지 M&A 여건상 단기간 내에 매각이 성사될 수 있을지 등 현실성 있는 자금 조달 계획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채권단의 의문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외담대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 채권 가운데 외담대 451억원을 갚지 않았다. 이에 대해 태영 측은 외담대의 경우 상거래 채권이 아닌 금융채권이라며, 워크아웃 신청에 따른 재조정 대상 채권이라는 입장이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상환이 유예됐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외담대는 금융채권이 맞지만, 금융채권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업을 지속하는데 필요한 것인가 아닌가가 중요한 것"이라며 "외담대를 망가뜨려 놓으면 형평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해당 금융기관은 외담대에 알려져 있는 신용담보 한도 부문과 관련돼서만 의결권을 갖고 있고, 과거에 이런 것들을 정리해 본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외담대를 정리하지 않고는 신뢰 축적이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오는 11일 열리는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부결될 경우 워크아웃 절차는 종료되고, 법정관리로 넘어가게 된다. 당국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대응방안을 준비하되 불신이나 오해를 해결할 부분을 살펴보겠단 방침이다. 워크아웃 절차는 채권단의 75%(채권액 기준) 이상 동의를 얻어야 진행할 수 있다. 

이 원장은 "약속한 방안이 모두 실현되더라도 우발채무의 상당 부분이 모자라고, 추가적인 자금 조달에 필요한 담보책 등 수단이 있는 걸 알고 있음에도 이를 뒤로 숨겼다는 불신이 있는 지점들을 서로 해결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당국이 오해라든가 강제적으로 해결할 부분이 있으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명한 건 11일에 이번 이슈가 어떻게든 끝날 것이라는 점"이라면서 "정부 당국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협력업체와 수분양자 등 피해를 최소화하며 건설업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시장 안정 조치 확대 등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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