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톺아보기] '나홀로' 실적 개선 현대카드···선제적 리스크 관리 강화 '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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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손비용 20%↓·순이익 8.6%↑···유일한 성장세
연체율 0.99% '업계 최저'···손실흡수능력도 개선
선제적인 포트폴리오 조정, 리스크 관리 등 영향
현대카드 여의도 본사(사진=현대카드)
현대카드 여의도 본사(사진=현대카드)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현대카드의 선견지명이 통했다. 비우호적 업황 속 0%대 연체율을 앞세워, 업권내 유일한 실적개선에 성공한 것이다. 그 배경엔 선제적인 포트폴리오 조정과 리스크 관리가 있었다. 특히 대손비용을 축소했음에도 건전성이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상위권 카드사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3분기 누적순이익은 22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했다. 자회사 매각에 따른 일회성 요인을 통해 순성장을 기록한 롯데카드를 제외하면, 사실상 업계 유일한 성장세다.

경상적 기준 7개 전업카드사의 전체 순이익이 1조8105억원으로 일년새 18%나 급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카드의 성장세는 도드라져 보인다.

이 같은 호실적의 주요 원인은 대손비용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현대카드의 3분기 누적 대손비용은 22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4%나 급감했다.

반면 타사의 대손비용은 크게 증가했다. 금융지주 소속 4개 카드사의 대손충당금은 1조815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견줘 74.6%나 급증하며 대비를 이뤘다. 현대카드보다 순이익 규모가 작은 우리·하나카드의 대손충당금은 각각 3124억원, 2962억원으로, 현대카드를 크게 웃돌았다.

그럼에도 현대카드의 건전성은 오히려 개선됐다. 3분기 말 기준 현대카드의 연체율은 0.99%로, 전년 동기 대비 0.14%포인트(p) 낮아졌다. 이는 업계에서 유일한 0%대 연체율이자, 유일한 개선세다.

다른 6개사의 평균 연체율은 1.79%로, 현대카드를 크게 웃돌았다. 상승폭도 0.74%p에 달했다. 특히 하나카드(2.25%), 우리카드(2.1%), KB국민카드(2.02%) 3개사의 경우, 연체율이 2%를 돌파하며 대비를 이뤘다.

반면 3분기 말 요적립액 대비 충당금적립률이 118.6%로 지난해 말(114.6%) 대비 4%p 상승하는 등 대손비용이 줄었음에도 오히려 손실흡수능력이 개선됐다.

이처럼 부진한 업황에도 자산 건전성이 오히려 개선된 것은 선제적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했기 때문이다. 앞서 카드사들은 거듭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최근 몇년새 카드사들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대출 부문을 주 수익모델로 삼았다.

건전성 리스크가 불거졌음에도 현대카드를 제외한 6개 카드사들의 지난해 현금서비스 이용실적은 47조1995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와 달리 현대카드의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취급액은 각각 5조1277억원, 6조32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16.2%씩 감소했다. 그 여파에 작년 현금서비스 자산규모는 4637억원으로 일년새 26.8%나 쪼그라들었다.

반면 신용판매 취급액은 지난해 기준 131조6085억원으로 일년새 17.4%나 확대되는 등 영업전략을 본업경쟁력 강화로 선회했다.

그 결과 현대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25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5%나 급감했다. 같은 기간 7개 카드사의 전체 순이익이 2조4979억원으로 4.4% 감소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실적 감소폭은 더욱 부각된다. 지난해 실적 부진이 올해 기저효과로 나타나면서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수익성도 악화됐다. 지난해 현대카드의 총자산이익률(ROA)은 0.22%로 전년 대비 0.61%p나 하락했고, 자기자본이익률(ROE)도 1.33%로 같은 기간 동안 3.35%p 악화됐다. 이 경우 48.8%나 증가한 이자비용(4037억원)이 주원인이지만, 몇 년간 카드사 수익을 책임진 대출부문의 축소 역시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경기침체에 대비, 리스크 강화 차원에서 카드론 등 금융상품 취급을 축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본격적 금리인상기를 맞아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건전성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목할 부분은 현대카드가 지난해 실적악화 속 대손비용(3927억원)을 36.8%나 늘리는 강수를 뒀다는 점이다. 이에 지난해 말 기준 현대카드의 연체율은 1.07%로 전년 대비 0.03%p 낮아졌다. 고정이하여신비율(0.69%)도 0.19%p 하락했다.

지난해 기준 연체율이 하락한 곳은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뿐으로, 7개사 평균 연체율(1.24%)이 0.16%p 상승한 것과 비교된다.

특히 고위험 자산으로 평가받는 결제성리볼빙 이월잔액이 3분기 말 기준 9694억원으로, 전년 대비 23.3%나 줄어드는 등 올해도 보수적인 리스크관리 기조를 유지 중이다. 이렇듯 선제적인 포트폴리오 조정과 리스크 관리를 토대로, 조달·대손부담이 확대된 업황 속에서 유일한 실적개선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현대카드의 경우 작년 4분기 리볼빙 한도 축소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선제적으로 대손비용을 인식했다"며 "그 결과 올해 1분기에 리볼빙자산 잔액이 10.7%나 감소했다. 당시 대손비용률도 1%로, 업계 최저 수준(업계 평균 2.3%)"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부실위험이 적은 결제서비스 위주의 카드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건전성 저하 위험에 대응이 비교적 수월하다"며 "현대카드는 결제서비스 카드자산 비중이 높아 대손관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금융상품을 보수적으로 판매하고, 마케팅을 최소화하는 등 건전성에 초점을 맞춰 운영해왔다"며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와 가계 대출 급증으로 부실 위험이 높은 가운데, 타격을 최소화하기 노력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이후로도 현대카드의 강점인 데이터 사이언스와 AI를 활용, 자산건전성을 중심으로 경영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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