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막히니 대환대출·리볼빙으로···'연체율 늪'에 빠진 카드사
카드론 막히니 대환대출·리볼빙으로···'연체율 늪'에 빠진 카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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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카드사 연체율 1.67%, 1년새 0.62%p 증가
대출태도, 오히려 강화···카드론 잔액, 10.3% 축소
원인은 대환대출, 1년새 47.5% 폭증···리볼빙도↑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 채무 관련 법무법인 광고물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 채무 관련 법무법인 광고물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카드사들이 연체율의 늪에 빠졌다. 건전성 관리를 위해 카드론 등 대출취급을 축소했지만, 연체리스크가 더 큰 대환대출 등이 불어나면서 연체율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갈 곳 잃은 저신용자들의 대출수요가 쏠리며, 연체율이 더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평균 연체율은 1.67%로 전년 동기 대비 0.62%포인트(p)나 악화됐다.

이 중 연체율이 가장 높은 카드사는 하나카드(2.25%)로, 1년새 1.17%p나 급등했다. 상승폭도 가장 크다. 이어 우리카드와 KB국민카드의 연체율도 각각 2.1%, 2.02%로 전년 대비 0.81%p, 0.88%p씩 악화됐다.

이어 △신한카드(1.62%, 0.57%p↑) △롯데카드(1.58%, 0.64%p↑) △삼성카드(1.15%, 0.39%p↑) 등 다른 카드사 역시 대체로 큰 상승폭을 보였다. 유일하게 0%대 연체율을 기록한 현대카드의 연체율(0.99%, 0.14%p↓)만 하락했다.

지난해부터 조달금리가 급등했음을 감안해도, 이 같은 상승세는 이례적이다. 앞서 카드사들은 지난해부터 높아진 연체율 등을 대응하기 위해 대출부문을 축소하고 건전성 관리에 적극 나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국내카드사들의 대출태도지수는 -7로, 2분기 대비 1p 상승했다. 해당 지수가 마이너스(-) 방향으로 커질수록, 기업·가계에 대한 카드사의 대출심사 등이 깐깐해짐을 의미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카드론 이용실적은 35조93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나 급감했다. 현금서비스 이용실적은 증가했지만, 그 증가폭이 0.9%에 그쳤다. 같은 기간 일시불(개인) 이용액이 9.1% 증가했음을 고려하면, 카드사들이 대출부문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급격히 악화된 주요 원인은 대환대출이다. 실제 연체율이 2%를 상회한 3개사(하나·우리·KB국민) 3분기 평균 연체율은 2.12%지만, 실적발표에서 공개된 대환대출을 제외한 평균 연체율은 1.41%로 0.71%p나 낮아진다. 증가폭도 0.95%p에서 0.59%p로 0.36%p나 줄어든다.

카드사의 대환대출이란 카드론 등의 차주가 만기내 상환하지 못할 경우, 재심사 등을 거쳐 다시 대출받는 서비스다. 복잡한 대출 과정 없이 손쉽게 만기를 늘릴 수 있는지만, 재심사 과정에서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기존 조건보다 금리가 높아지게 된다. 이런 리스크에도 대환대출이 급증한다는 것은, 그만큼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약화됐음을 뜻한다.

실제 올해 1~10월 카드사들의 대환대출 잔액은 1조49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5%나 급증했다. 반면 카드론 잔액은 같은 기간 3.2%, 현금서비스 잔액은 1.7%씩 증가하는데 그쳤다.

결제성 리볼빙 잔액이 10월 말 기준 7조5832억원으로 전년 대비 5.9%나 늘었다는 점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달 결제해야 할 카드값의 일부를 이월하는 리볼빙 서비스는 이자율이 카드론 대비 2~3%p 가량 높다. 그럼에도 카드론 보다 더 가파른 잔액 증가율을 보였다.

카드업권에선 이 같은 대환대출 증가세의 배경으로 금융권 전반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 것을 지목했다. 실제 3분기 기준 저축은행업권과 상호금융업권의 대출태도지수는 각 -28, -30으로 카드업권을 크게 하회(대출태도 강화)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대출과 가계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모든 업권의 연체율이 상승한 데다, 경기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비은행금융기관의 여신건전성 관리 강화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제때 빚을 갚지 못한 연체자는 늘고 있다. 유동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전 금융업권의 연체자는 59만5676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8.4%나 늘었다. 특히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끌어다 쓴 다중채무자가 453만6469명으로 1년새 3만명 넘게 늘며 역대최대치를 경신한 상태다.

그 결과 2금융권 등에서 대출심사에 떨어진 취약차주들의 대출수요가 상대적으로 대출문턱이 낮은 대환대출과 리볼빙에 쏠린 것으로 보여진다. 카드론 취급을 축소하는 등의 건전성 관리 노력이, 오히려 대환대출을 늘려 독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 관계자는 "고금리 수준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출돌려막기로 이자율이 높은 상품 취급이 늘어나면서 차주들의 상환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 같은 양상이 계속되면 카드업권의 리스크관리가 강화돼도, 연체율이 더 빠르게 악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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