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부동산PF 연체율에···부실 사업장 정리 본격화 예고
치솟는 부동산PF 연체율에···부실 사업장 정리 본격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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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부동산PF 대출 잔액 134조·연체율 2.42%
'PF 리스크'에 신용평가사들 줄줄이 신용도 조정
당국 '시장원리 따른 구조조정' 시사···"玉 위주 지원"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부실 위험이 고조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의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할 조짐이다.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과 연체율이 모두 상향곡선을 그리며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감독 당국도 시장원리에 따른 구조조정을 시사,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부실 정리 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잔액은 134조3000억원, 연체율은 2.42%로 나타났다. 대출잔액이 133조1000억원, 연체율이 2.17%였던 6월 말과 비교하면 석 달 만에 대출은 1조2000억원 늘었고, 연체율은 0.24%포인트(p) 상승했다.

업권별로 보면 상호금융권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이 4.18%로 전 분기 말(1.12%) 대비 3.05%p 올라갔다. 증권사 연체율은 13.85%로 전분기 말(17.28%)에 비해 3.43%p 낮아졌지만, 업권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저축은행권과 보험업권의 PF 대출 연체율의 경우 5.56%, 1.11%로 각각 0.95%p, 0.38%p 올랐다.

당국은 현재까지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하며 시장 불안감을 잠재우고 있다. 다만 시장에선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연체율 상승세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부실 사업장을 빠르게 솎아내야 더 큰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부동산 PF를 바라보는 시각은 점점 매서워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 등은 최근 하이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엠케피탈, 신세계건설 등에 대한 신용등급이나 등급전망을 낮추고 있는데, 대부분이 부동산 PF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의 양적·질적 위험 축소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자본적정성이 열위에 있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신용평가사들의 설명이다. 특히 브릿지론의 리스크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브리지론은 본PF 가기 전 부동산 개발 사업 과정에서 토지 매입 등 초기 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대출을 뜻한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PF는 여전히 리스크가 높은 상태"라며 "브릿지론은 대부분 회수가 아닌 만기연장만 되고 있으며,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만기연장 위주에서 관련 토지의 경매 및 공매 확대로 방향전환이 불가피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고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브릿지론 중 30~50%는 최종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풍선에서 서서히 바람을 빼듯 사업성이 낮은 브릿지론을 수년에 걸쳐 정리하는 작업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내놨다. 

위기감이 지속 확산하자 당국에서도 만기연장 방식으로 PF 시장을 계속 끌고 나가기보다는 시장 원칙에 따라 정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실한 PF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것을 시사한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의 정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대원칙으로는 시장원리에 따라 사업성이 다소 미비한 사업장은 자산감축 등의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재무적, 영속적 문제가 있는 건설사와 금융사는 기본적으로 적절한 형태의 조정 내지는 정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상화가 가능한 사업장에 대한 지원은 이어가겠단 입장이다. 이 원장은 "'옥'으로 가려낸 사업장은 적절한 유동성이 공급되도록 금융회사와 협력하고, 필요하면 규제완화 조치도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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