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꼬박 모아도 26년···'내 집 마련' 꿈 멀어진 청년들
월급 꼬박 모아도 26년···'내 집 마련' 꿈 멀어진 청년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 주택 중위가격 6억원···월급 전부모았을 때 13년~26년 후 살 수 있다
청년 소득 수준 맞는 주택 부족···자산 증식 욕구·비교가 주택 구매 부추겨
정부와 주택값 차익 나누며 시세 30%에 입주가능한 '뉴홈' 등 곧 공급예정
3분기 서울 동대문구서 분양된 '래미안 라그란데' 견본주택 내부. 분양가는 59㎡와 84㎡가 각각 7.8~8.8억원, 10~10.9억원이다. (사진=박소다 기자)
3분기 분양된 서울 동대문구의 '래미안 라그란데' 견본주택 내부. 분양가는 59㎡와 84㎡가 각각 7.8~8.8억원, 10~10.9억원이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청년 삶 실태조사에서 '자가 주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청년이 전체의 91.3%로 조사되는 등 '내 집 마련'은 청년들의 숙원이지만 연일 오르는 집값에 그 꿈이 멀어지고 있다.

12일 KB부동산 등에 따르면 전국 주택 중위가격은 6억원대, 서울은 9억원대다. 특히 '심리적 마지노선' 6억원 이하의 중·저가 아파트는 서울과 경기도에선 사라지고 있다. 올해 서울의 거래 중 25.2%만이 6억원 이하 매물이었고 이는 작년 대비(38.3%) 12.7%나 감소한 수치다.

지난 3분기 서울서 분양한 민간아파트는 동대문구 '청량리롯데캐슬하이루체', 용산구 '용산호빗써밋에이디션', 동대문구 '래미안라그란데' 등 10곳인데, 이 중 84㎡ 분양가가 10억 미만인 곳은 단 한곳 뿐이었다. 경기도에서도 중·저가 아파트 거래 감소세가 뚜렷한데, 강남권과 가까운 과천시는 올해 6억원 이하 거래가 단 한건도 없었고, 성남시 분당구(7.8%)와 성남시 수정구(15.7%), 하남시(19.6%) 등은 서울 평균(25.2%)보다도 적게 거래됐다. 

정부부처와 기관마다 조사하는 직장인 평균 월급에는 큰 격차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20대의 평균 세전 월급을 250~300만원, 30대의 평균 월급을 300만원~450만원으로 사이로 추정한다. 단순 계산으로 최저 평균 월급을 받는 사람이 6억원 집을 구매하기 위해선 22.5년이 걸리고, 최대 월급의 경우 13.2년이 소요된다. 단, 한 푼도 안 쓰고 모든 월급을 저축했을 경우다. 

이는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나온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PIR·Price to Income Ratio)'이 26배라는 결과와도 어느정도 일치한다. 집값이 소득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연간 평균 가계 소득을 26년 모아야 현재 주택값을 모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제는 저성장하고 있는데 집값을 포함한 물가는 상승하고 있어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와 비슷한 일본이나 이탈리아 청년들은 10년 월급이면 집을 살 수 있다. 매매든 전·월세든 청년들의 소득 수준에 맞는 주택이 없기 때문에 주거비 부담이 큰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2030대에 수도권에서 아파트를 마련하려면 대출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거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등의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까지 청년층의 '가계대출 보유 차주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262%로, 연봉의 2.6배에 달하는 대출을 평균적으로 가지고 있다. '2022년 6월~2023년 7월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취급액 현황'자료에서도 청년층의 대출은 1년 새 133조8093늘었고,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75조4604억원 증가했다. 20·30대 인구로 나눠보면 모든 사람이 작년보다 1000만원의 대출이 늘었단 것을 알 수 있다.

또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며 주택 담보대출 이자도 올랐다. 특히 서울 주택 구매자의 경우 평균적으로 소득의 40% 이상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으로 부담하고 있다. 이는 월급이 250만원 이상이라면 월 100만원 넘는 돈을 주택 구매 대출을 위해 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30세대의 주택 마련 의지는 커지고 있다. 올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 약 20만3000건 중 31.5%인 6만3000여건이 '30대 이하' 의해 이뤄진 만큼 2030세대는 매매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규 아파트 청약 관련해서도 30대 이하 당첨자 비율이 꾸준히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올해는 52.6%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아파트값이 높은 서울에서도 비율은 56.1%로 크게 뛴 모습이다.

김 교수는 "불확실한 미래 전망에 자산을 증식해야한다는 생각과 다른 사람과 비교해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청년층의 주택구매를 부추겼다"며 이어 "청년들은 계속 집을 사고 싶어 하는데, 청년 주택 자가 보율은 현재 13%대로 과거 20%에서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며 월급 대비 높은 집값 상승을 지적했다. 

때문에 정부도 청년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특히 현 정부는 신혼부부·생애최초 청년을 위해 '뉴홈' 브랜드를 만들고 차후 공공주택을 뉴홈 위주로 공급할 계획이다. 뉴홈은 3가지 유형으로, △이익 나눔형 △분양 여부 차후 선택형 △일반형으로 나뉜다. 이익나눔형은 분양가를 시세 70%이하로 낮추는 대신 시세차익 30%를 공공과 나누는 것이다. 선택형은 6년간은 임대형식으로 살다가 이후에 분양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고, 선택형은 시세 80% 수준의 집값으로 공급된다. 특히 나눔형과 선택형은 청년층만 청약이 가능하고, 일반형도 20%는 추첨제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 관계자는 "우선 3기 신도시 등에 집중 공급하고, 연내 추가 후보지도 발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