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수익·건전성 '빨간불'···PF 익스포저만 8.2兆
저축은행, 수익·건전성 '빨간불'···PF 익스포저만 8.2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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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대출, 他업권 대비 高위험···"잠재부실 이연 중"
예금·유증으로 자본확충···조달환경 악화 우려 여전
페퍼·OSB·더케이저축銀, 올해 등급전망 하향조정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사진=이서영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사진=이서영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저축은행업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익스포저(위험액)가 올해 6월 말 기준 8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실을 털어내기 위한 저축은행들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부동산 분양시장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부실 우려가 해소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9일 저축은행업권에 대한 수익성 및 자산건전성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리스크 요인을 진단해보는 e-세미나를 개최했다.

나신평에 따르면 신용평가사 분석 대상인 국내 16개 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 익스포저는 올해 6월 말 기준 8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9조1000억원에서 9.4%(9000억원) 줄어든 규모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 대비 PF 익스포저의 비율도 141%에서 120%로 21%p(포인트) 줄었다.

수치만 보면 익스포저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만기도래 주기가 짧은 브릿지론을 중심으로 만기를 연장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일시적으로 익스포저가 감소하는 '착시효과'가 나타났다는 게 나신평의 진단이다.

박선지 나신평 금융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부동산시장 부진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적정 가격으로 (부동산을) 할인 매각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PF대주단 협의 등도 진행되면서 투자자들 가운데서 좀 더 시간을 두고 사업성을 모색하기 위한 만기연장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아직 PF 위험이 본격적으로 해소된 게 아니라 계속 이연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저축은행업권의 자기자본 대비 PF 익스포저가 증권, 캐피탈 등 다른 금융권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높은 점도 부담 요인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증권업과 캐피탈업권의 해당 비중은 각각 37%, 90%인 반면, 저축은행업권은 약 120%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열위하고, 강력한 대출규제가 적용되고 있어 양질의 PF사업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란 점도 한계로 꼽힌다. 부동산가격이 고점이었던 2021년 하반기와 지난해 상반기에 대출실행 시기가 집중, 급격하게 대출자산을 불렸던 데 따른 부작용이 컸다는 분석이다.

다만, 저축은행 PF의 투자자 구성이 변제 가능성 높은 단일·선순위 위주란 점은 향후 투자금 회수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금융당국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PF사업 정상화 프로그램의 저축은행 참여 비중도 다른 업권 대비 높다. 부실 우려가 지속되고 있지만 향후 부동산경기 개선에 따라 부실 정리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부동산PF와 더불어 저축은행의 향후 업황에 영향을 미칠 한 축으로는 조달환경이 꼽힌다. 이는 저축은행의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을 결정짓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최근 업계는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와 대출채권 연체율 상승에 따른 대손적립액 증가 등으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상황이다. 실제 저축은행업권은 올해 들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저축은행 79개사는 올해 1분기 528억원 순손실, 2분기 434억원의 순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박 수석연구원은 "올해 들어 신규 예금금리가 지난해 말 대비 하락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4분기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여파와 올해 예금이탈에 대비하기 위해 당분간 조달금리가 크게 떨어지긴 어려울 것 같다"며 "또 연체율 상승 추이를 볼 때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도 계속될 수 있어서 단기적으로 의미있는 수익성 개선을 어려워보인다"고 진단했다.

건전성 역시 악화되는 추세다. 연체율 상승, 부동산PF 대출 사업성 저하 등으로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상승하는 추세다. 전체 저축은행업권의 NPL비율은 지난해 말 4.1%에서 올해 3월 말 5.1%, 올해 6월 말엔 5.6%로 상승했다. 이는 저축은행 연쇄부도 사태 직후였던 지난 2015년(10.3%)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치다.

전반적인 경영지표가 악화되면서 이에 대응하고자 부실자산을 대거 정리하고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등 저축은행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자본조달 여건 변동성이 큰 탓에 신용등급 추가 하향 가능성도 높다. 나신평은 이미 올해에만 페퍼·OSB·더케이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박 수석연구원은 "저축은행들이 이미 수익성, 건전성이 저하된 상황에서 대외 자본조달 여건이 민감하게 변동할 수 있는 측면이 특히 우려된다"며 "BIS 자본비율 11% 하회, NPL비율 7% 상회, 적자 전환 여부 기준을 바탕으로 저축은행 신용등급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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