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연금자산 장기성과 포인트 '디폴트 옵션'
[전문가 기고] 연금자산 장기성과 포인트 '디폴트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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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화 삼성증권 연금본부장
유정화 삼성증권 연금본부장

이번 달부터 디폴트 옵션이 본격 시행됐다. 디폴트 옵션은 대다수의 연금자산이 현금으로 쌓여있거나 제대로 운용되지 않고 방치돼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글로벌 시장이 호황이었던 2017년부터 21년까지의 성과를 살펴보면 적립금 평균 수익률은 1.96%에 그친다. 가입자들 대부분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이나 호주의 경우 디폴트 옵션의 이른 시행과 성공적 정착으로 지난 10년간 연 8%가 넘는 실적을 보여 디폴트 옵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국내는 회사가 디폴트 옵션을 지정하는 해외와 달리 디폴트 옵션 지정을 가입자 본인이 해야한다. 이 때문에 가입자 스스로가 디폴트 옵션이 어떻게 구성되고 운용되는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지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모든 금융사들의 디폴트 옵션은 펀드와 보험, 예금을 혼합한 형태로 제공되고 있지만, 증권, 보험, 은행권 모두 자신들의 특색에 맞춰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삼성증권의 중위험 디폴트 옵션을 지정하게 되면 그 안에 편입된 IBK타겟데이트펀드(TDF) 35%, 삼성자산운용 타겟데이트펀드(TDF) 35%, 농협은행 정기예금 30%의 비중으로 매수 되는 식이다.

디폴트 옵션은 가입자의 위험성향에 따라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으로 구성된다.

초저위험 디폴트 옵션은 원리금을 보장하는 예금, 보험 중심으로 설계되는데, 원금이 보장되는 만큼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높지 않다. 은퇴를 앞둔 분들은 자산의 증식보다 수령에 초점을 맞춰야 하기에 원금이 보장되는 초저위험 디폴트 옵션의 선택이 필요하다. 

특히, 기존에 원리금 상품이 만기시 자동운용되는 포괄운용지시제도가 사라진 만큼 반드시 디폴트 옵션을 지정하셔야 예금이나 보험 만기에도 자동 재투자가 가능하다. 

매월 고시금리에 연동해서 이자부분은 조금씩 변경이 될 수 있지만 원금이 보장된 만큼 각 사별로 제시하는 금리조건을 보고 디폴트 옵션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디폴트 옵션 모두 실적과 연동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실적 배당형 상품이 편입됐다.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수익기대도 그만큼 높다. 위험도에 따라 편입되는 주식 비중이 달라진다.

저위험 디폴트 옵션은 예금이 통상 5~70% 수준이고, 나머지는 펀드로 운용한다. 펀드는 TDF나 자산배분펀드(BF)로 구성돼 있는데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또 다시 분산운용되는 구조라 안전자산의 비중이 70% 이상 높게 유지된다.

중위험 디폴트 옵션도 구조는 저위험 디폴트 옵션과 동일하다. 다만 예금비중이 20~40% 내외로 적게 구성되고 타겟데이트·자산배분 펀드의 비중이 약 60~80%를 차지한다. 수익률이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

고위험 디폴트 옵션은 일부 은행의 경우 예금도 소폭 편입돼 있지만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실적배당형 상품으로만 운용한다. 편입된 펀드의 성과에 따라 혹은, 어떤 증권사, 보험사, 은행의 디폴트 옵션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수익률 편차도 크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투자할 때는 자신이 얼마만큼 손실에 대해 민감한지 잘 살펴보고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많이 얘기한다. 그런데 디폴트 옵션의 위험도를 선택할 때는 나이라는 변수를 하나 더 고려해야 한다. 생애재무설계에 기반해서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나이가 젊어 벌어들일 소득기대치는 높은데 재무자산 형성이 아직 적은 시점에서는 고위험 디폴트 옵션을 선택해 증식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시간이 경과하면서 벌어들일 소득수준은 적어지고 재무자산이 어느정도 축적됐을 때는 저위험 디폴트 옵션을 선택해 자산을 안전하게 보존하려는 목적으로 운용을 해야 한다.

디폴트 옵션의 위험도를 선택했다면 다음으로 그 안에 편입된 구성 펀드의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 

거의 모든 금융사들이 실적배당형 상품의 대표격으로 타겟데이트 펀드(TDF)를 기초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TDF는 펀드명에 타겟이 되는 연도가 표기돼있다. 삼성 ETF를 담은 ‘TDF 2045‘는 2045년을 타겟으로 운용되는 펀드인 식이다. 현재는 주식 비중이 65% 수준이지만 타겟이 되는 연도에 가까워질수록 주식 비중을 낮춰 안정성을 높여주는 운용을 한다. 같은 논리로 저위험 디폴트 옵션에 주로 포함된 2030은 안전자산 비중이 높은 TDF고 2050은 반대로 주식비중이 70% 수준인 고위험 디폴트 옵션에 편입돼 있다.

타겟 데이트 펀드를 선택할 때는 수익률의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금의 특성상 자산의 장기적 축적을 위해서는 절대수익이 다소 낮더라도 변동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상품이 가장 유효하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3개월, 6개월, 1년 등 기간 수익률을 보고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모두 단기성과에 따라 순위가 쉽게 뒤바뀐다. 따라서 단순 기간 수익률을 보는 것이 아니라 구간별 성과와 그 변동폭이 얼마나 되는지를 반드시 체크해봐야 한다.

실제 운용사가 어디인가도 체크해보아야 할 포인트다. TDF는 모두 주식을 줄여나가는 운용을 하지만 운용사별로 주식비중을 줄이는 경로가 조금씩 다르다. 

해외 운용사의 자문을 받는 TDF들은 오랫동안 축적된 트렉 레코드가 있지만 국내 투자자의 특성을 따르는데는 한계가 있다. 반면, 국내 운용사들이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TDF는 국내 투자자 특성과 생애설계를 고려한 주식비중 감소 모형을 접목했지만 장기적인 운용안정성에 대해서는 조금 더 검증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검토해야 할 것은 바로 보수다. 대부분 디폴트 옵션 전용 펀드 수수료는 다른 클래스 펀드보다 수수료가 낮게 책정돼 있지만 상품별로 0.5%에서 1%가 넘는 상품까지 편차가 다양하다.

수익여부와 상관없이 수수료는 매년 누적되는 상황이다 보니 한해 한해 크지 않아 보이는 비용이 장기로 가면 큰 차이로 다가온다. 많은 운용사들이 ETF를 기초자산으로 운용하는 TDF상품을 디폴트 옵션에 편입하는 이유도 비용구조를 효율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폴트 옵션은 고용노동부가 야심차게 제도를 마련했고 각 금융사들이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해 구성한 예금, 펀드로 구성돼 있다. 또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모든 금융사들이 앞으로도 좋은 펀드의 선택과 운용 모니터링까지 빈틈없이 관리할 예정이다. 

디폴트 옵션은 자신의 연금자산 장기성과를 결정하게 될 중요한 포인트다. 자칫 방치될 수 있는 소중한 연금자산 운용을 이번 디폴트 옵션 제도시행에 맞춰 가입자 본인의 현 상황과 미래 설계를 고려해 좋은 선택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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