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ESG 경영, 소비자에 대한 약속이자 책임이다
[전문가 기고] ESG 경영, 소비자에 대한 약속이자 책임이다
  • 이금노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소비자정책평가팀장 
  • arrows3@kca.go.kr
  • 승인 2023.06.08 1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금노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소비자정책평가팀장 
이금노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소비자정책평가팀장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The Global Risks Report)는 단기적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가 인류의 가장 큰 위협이지만, 향후 10년을 지배할 장기 리스크는 기후 변화 대응 실패라고 짚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려면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모든 국가의 공조와 협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모든 위기 상황이 국가 간 치열한 경쟁의 영역이라는 게 문제다. 지난해 미국이 기후위기와 물가압력 대응을 목적으로 발효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교역국들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기업 관점에서 환경 문제를 비롯한 전 세계가 직면한 위기의 극복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핵심 실천 의제(아젠다)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기업의 ESG 경영 촉진으로 경쟁력을 높이면서 제반 사회 문제도 완화하려 국가 차원의 역량을 모아가는 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소비와 투자의 주체이자 ESG 경영 활성화에 중요한 소비자는 기업의 ESG 경영 추진에 대해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매기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기업의 ESG 경영 추진 이유가 주로 이미지 개선이나 국내외 추세 때문이고, 소비자는 중요한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답했다. 

국내 소비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기업이 제공하는 ESG 관련 정보가 '홍보성'이라고 여겼다. 기업의 ESG 경영 실천 정도에 대한 질문에도 긍정보다 부정 응답 비율이 높았고, 여러 기관이 기업의 ESG 경영 활동을 평가한 뒤 발표하는 내용의 신뢰도 역시 낮은 편이었다. 

국제표준기구(ISO)가 제정한 'ISO 26000'(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은 소비자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7가지로 예시하고 있다. 7가지는 △공정한 거래 △소비자 안전 확보 △지속 가능 소비 여건 마련 △소비자 지원 및 불만 해결 △데이터 보호 및 프라이버시 △필수 서비스에 대한 접근 보장 △소비자 교육 및 인식 제고다. 이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게 ESG 경영이다. 

ESG 경영은 기업이 수행해야 할 소비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 그 자체다. 따라서 기업은 이번 인식 조사 결과 확인된 소비자의 체감 정도를 바로 알고, 이를 경영 개선 활동에 반영해야 한다.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얻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소비자의 인식과 수요에 맞춰 ESG 경영 전략과 사업 계획을 짜고 실천해야 한다. 특히 정확한 ESG 경영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 위에서 인용한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ESG를 들어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가 그렇지 않은 소비자보다 ESG 경영 우수기업에 대한 신뢰도나 관련 상품(서비스) 구매(이용) 의도가 높은 결과를 참고해도 좋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증하고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이나 세부 평가항목을 활용하는 것도 방편이 될 수 있다. CCM 인증은 기업의 경영 활동을 소비자권익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인데, 조사 결과 ESG 경영보다 인지도는 높지 않았으나 전반적인 신뢰도가 높았다. 소비자들은 ESG 평가 우수기업보다 CCM 인증 기업의 소비자 관련 ESG 경영 요소를 더 좋게 평가한 것이다. 

기업의 ESG 경영 실천을 촉진하는 소비자가 그 결과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기업이 ESG 경영을 통해 소비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소비자가 이러한 기업의 상품·서비스를 구매하거나 재무적 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때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