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下] 달콤한 ABC?···구광모의 미래 10년, 대규모 사업재편 이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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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 매출 비중 13%로 미약···수주잔고 100조원 돌파, 성장 동력↑
로봇사업, 실적 들쑥날쑥···"LG와 시너지 효과 낼 필요 있어"
사장단 회의서 미래 준비할 사업재편 예고...'ABC' 미래 전략도 내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테크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테크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LG)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구광모 LG 회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사장단 협의회를 개최해 미래 투자에 의지를 불태운 것으로 전해진다. 전장 사업 등이 순탄하지만 선대회장의 밑그림 속에 진척된 사업이다. 취임 후 구 회장이 손을 댄 분야는 이재용(삼성그룹), 정의선(현대자동차그룹) 또래 그룹과 같이 로봇이다. 로봇 만으로 LG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 

LG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래 사업으로 'ABC'(AI/ 바이오/ 클린테크)를 정하고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난 5년간의 신사업 성과라기 보단 현재로선 미래 사업 의지 천명에 가깝다.   

만 50세가 된 구광모 LG 회장이 닦아놓은 LG의 10년은 어떤 모습일까. 우선 미래 먹거리인 전자장치(전장)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LG가 5년 뒤에 '가전은 LG'라는 말 대신에 '전장은 LG'라는 문구가 먼저 떠오르게 될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의 지난해 VS(전장)사업본부 매출은 8조6495억원, 영업이익은 1697억원을 기록했다. 

VS사업은 2015년 4분기(50억원)를 제외하고 25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즉, 23분기 연속 적자로 철수했던 스마트폰 사업보다 적자 기간이 더 길었음에도 구 회장을 비롯한 LG 경영진들은 미래 사업 먹거리에 대한 뚝심으로 사업을 지속시켰다. 결국 지난해에는 VS사업부문이 HE(TV)사업부문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을 가져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H&A(생활가전) 매출액이 29조8955억원, HE는 15조7267억원로 LG전자 사업에서 생활가전과 TV 사업 비중이 70% 달하고 있다. VS는 비중이 13% 불과해 아직까진 주력 사업으로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LG는 미래사업으로 전장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최근 은석현 VS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올해 전장사업은 처음으로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또한 LG전자의 1분기 VS사업본부 공장 평균 가동률은 99%다. 지난해 1분기(88.2%)에 비해 11%포인트(p)가 올랐고, 1분기 생산 물량은 936만5000개로 역대 분기 생산량 최대치다. 규모도 점점 확대 돼 가고 있다. 

미래 성장성을 알 수 있는 수주잔고의 경우, 현재 시장에서 LG그룹의 전자 계열 3사(전자·디스플레이·이노텍)의 2분기 전장사업 수주 잔고를 132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LG전자의 전장 수주 잔고가 60조원 대에 비하면 2배가 성장한 것이다.  

LG그룹 내 전장사업의 내적 성장 외에도 외형 확대를 위해 최근 차량용 팹리스(반도체 설계)를 포함해 인수합병(M&A)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뿐 아니라 또다른 계열사인 'LG이노텍'도 전장사업과 함께 떠오르고 있다. 특히 LG는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면서, 애플과 협업 관계를 강화했다. 애플은 2026년 완전 자율 주행에 가까운 애플카를 출시할 계획이다. 지금도 LG이노텍의 최대 고객사가 애플인 만큼, 향후 애플의 자율주행 자동차인 '애플카'를 통한 수혜가 기대 되고 있다. 

전장사업과 함께 구 회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로봇사업이다. 전장은 이미 구본무 선대회장 때부터 사업을 시작했다면, 5년 전 구광모 회장 체제 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가동하기 시작한 건 로봇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취임 첫 해인 지난 2018년 국내 산업용 로봇제조업체 로보스타를 인수하면서 로봇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LG전자가 로보스타를 인수했지만 아직까지 실적은 들쑥날쑥하다. 로보스타는 올해 1분기 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18억원 거둬들였지만, 흑자가 지속되지 않고 있다.  

로보스타는 과거 LG전자의 클로이를 위탁생산 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LG전자와의 시너지 효과과 적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에 따라 전장사업 처럼 로봇사업 또한 확실한 드라이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LG는 로보스타 외에도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 엔젤로보틱스(옛 SG로보틱스),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 미국 로봇개발 업체 보사노바로보틱스 등 로봇 관련 회사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달 말 열린 LG그룹 사장단 협의회서 '미래를 대비한 사업 재편'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한 결단 만큼의 대규모 사업재편도 예상된다. LG화학 ‘근간’인 나프타분해설비(NCC) 까지 매물로 내놓는다는 얘기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로봇사 지분 평가이익만으로는 LG그룹 회장 타이틀로 부족하다. 미래사업으로 꼽은 ABC 전략도 성과보다는 투자와 실행 준비 단계다. 주요기업들이 모두 뛰어드는 분야로 사업성과로 연결하는 미래 예측도 사실 어렵다.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 사업에 이은 구광모 회장의 본격적인 승부수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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