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쟁 막는 '단통법 폐지' 대신 '개정' 택한 이유는?
정부, 경쟁 막는 '단통법 폐지' 대신 '개정' 택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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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유통업계 "단통법으로 유통점 절반 줄어" 단통법 폐지 지속 주장
전문가 "문제는 단통법 아니라 통신사들 경쟁 회피···폐지 영향 미미할 것"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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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정부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폐지 대신 개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소비자와 통신유통 업계의 '단통법 폐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5일 정부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021년 국회에 제출한 단통법 개정안 통과에 주력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이번 추진하는 개정안은 대리점·판매점에서 이동통신사의 공시지원금에 추가로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을 현행 공시지원금의 15%에서 30%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방통위는 지난 2021년에도 단말기 추가지원금 한도를 30%로 상향한다는 내용의 단통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단통법 폐지에 대한 소비자·유통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법안 개정 문제를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단통법은 정부가 지난 2014년 10월 이동통신시장에서 소비자간 불합리한 차별을 방지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입법한 제도다.

그간 통신사들은 통신 서비스 가입자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휴대폰 구매 지원금을 지급해왔으나, 단통법 시행으로 이동통신 사업자가 공시한 지원금의 15% 안에서만 추가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 간 정보 격차로 휴대전화 구매 가격이 크게 뛰는 현상을 없애고, 이동통신사들의 과열 경쟁을 막아 국민 누구나 어디서든 같은 가격에 단말기를 살 수 있도록 한다는 게 당시 단통법의 취지였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법이 시행되면서 시장의 경쟁이 사라지고, 소비자들은 싸게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는 길이 막혔으며, 유통판매점들은 대거 문을 닫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특히 생존의 벼랑 끝에 몰린 휴대전화 유통판매점주들은 단통법이 입법 취지와 달리 가계통신비를 증가시키고 유통시장을 붕괴시키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휴대전화 대리점, 판매점주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 KMDM(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지난 14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통법이 입법 취지와 달리 이동통신 산업의 핵심 축인 소상공인 유통을 붕괴하는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며 "가계통신비 상승의 주범인 단통법을 폐지하고, 건전한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원인인 이동통신 사업자의 장려금 차별지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MDA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전 국내 스마트폰 수요는 연간 약 2200만대였으나 지난해 약 1200만대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은 이동통신 유통점들 역시 단통법 시행 전 약 3만개에서 현재 1만5000개 수준으로 절반이나 감소했다.

또 단통법이 이동통신사들의 마케팅 경쟁을 줄이며, 사실상 가격 담합 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이 가입자 유치를 위한 보조금을 제한하며, 대다수 소비자가 휴대전화를 비싸게 살 수밖에 없게 됐다"며 "이는 결국 이동통신사들의 마케팅·투자 감소로 이어졌으며, 통신시장 경쟁 촉진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부작용에도 통신시장 경쟁 촉진을 모토로 삼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당국이 단통법 폐지가 아닌 보조금 상한 상향이라는 법 개정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왜일까.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단통법 폐지가 통신주에 미칠 영향' 보고서를 통해 "단통법 폐지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선택 약정 요금 할인제도가 포함돼 있기 떄문"이라며 "선택 약정 요금 할인이 소비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제도인 만큼 이를 폐지하기는 어렵고, 결국 대리점 보조금 차등 제한 조항을 없애거나 유형별 보조금 차별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보완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통신사 간 마케팅 싸움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단통법 이슈에 대한 지난 몇 년간 학습 효과가 크고, 통신사도 선택 약정 폭 이상의 보조금을 살포할 만큼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으로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의 마케팅 경쟁이 줄며, 소비자에 돌아가는 편익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단통법 폐지만으로 휴대전화 구매 비용이 크게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문제의 핵심은 단통법 자체보다는 스마트폰 제조사의 단말기 가격 인상과 통신사의 경쟁 회피에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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