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단통법 폐지'인가"···업계·소비자·시민단체 모두 '비판적'
"누구를 위한 '단통법 폐지'인가"···업계·소비자·시민단체 모두 '비판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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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증권가 "단통법 폐지, 소비자 유인 제한적···통신사 타격 적을 것"
일부 소비자에 혜택 집중 우려···"균등적 수혜 위한 근본적 대책 필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정부가 공시 금액을 초과한 단말기 지원금 지급을 금지하던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을 10년 만에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관련업계와 소비자단체 등에서는 단통법 폐지가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지난 22일 서울 동대문구 홍릉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생활규제 개혁 방안을 논의하며 단통법 전면 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통신업계는 이번 단통법 폐지가 기업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단통법 폐지만으로 업계에 큰 영향을 끼치거나 소비자의 통신물가 부담이 크게 완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단통법 폐지 후 정책적 대안이나 규제가 언급되지 않은 만큼 당장 시장 변화를 예측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이 10년 전보다 크게 인상된 만큼, 과거보다 지원금 규모에 따른 가격 격차가 큰 폭 체감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단통법 폐지가 시행되더라도 통신사들은 별 다른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3일 리포트를 통해 "단통법 폐지가 통신사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라며 "10년 전에는 3G 사업을 포기하고 LTE에 올인했던 LG유플러스로 인해 통신사 모두 가입자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었지만, 5G 서비스 성숙기를 지나 정체기에 진입한 지금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요인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같은날 "스마트폰 시장이 고가의 프리미엄 모델을 중심으로 형성되며 통신사의 보조금 집행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통신사들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과 빅테이터 솔루션을 공격적으로 도입, 과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집행하던 보조금 전략 대신 수익성이 높은 일부 고객에게 프로모션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영향을 제한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 역시 단통법 폐지가 통신 3사의 보조금·장려금 경쟁을 촉진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이동통신 가입자가 6000만 회선에 달하는 시장포화 상황인 데다, 통신 3사의 시장 점유율도 장기간 고착된 가운데 국내 단말기 시장 역시 삼성전자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적극적인 보조금 경쟁으로 이어질 요인이 적다는 것이다.

또 단통법 폐지가 정보에 밝은 일부 소비자에 혜택이 집중되고, 그 부담이 고령층 등 IT 소외계층에 전가되는 등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23일 논평을 통해 "지금 단통법을 폐지하면 이통사들의 보조금 경쟁을 촉진시키기는 커녕 불법보조금으로 시장이 혼란해져 극소수의 소비자만 이득을 보고, 그 부담이 마케팅비라는 명목으로 대다수 국민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며 "공시지원금 거품 해소와 분리공시제 도입을 통해 대다수 국민들이 가계통신비 완화 정책의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근본적 대책을 추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단통법 폐지가 총선용 공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단통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이 필요한데 4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단통법 폐지는 총선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단통법은 정부가 지난 2014년 10월 이동통신시장에서 소비자간 불합리한 차별을 방지하고 소비자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입법한 제도다. 그간 통신사들은 통신 서비스 가입자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휴대폰 구매 지원금을 지급해왔으나, 단통법 시행으로 이동통신 사업자가 공시한 지원금의 15% 안에서만 추가 지원금을 지급하게 됐다.

해당 법안은 당초 소비자 간 정보 격차로 휴대전화 구매 가격이 크게 뛰는 현상을 없애고, 이동통신사들의 과열 경쟁을 막아 어디서든 같은 가격에 단말기를 살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오히려 시장 경쟁을 막고 유통판매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6월 대리점·판매점에서 이동통신사의 공시지원금에 추가로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을 현행 공시지원금의 15%에서 30%로 확대하는 방안의 개정안을 내놓았으나, 통신사·유통점 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 촉진과 통신물가 완화를 위해 다시 전면 폐지를 결정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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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무 2024-01-24 09:49:41
고객을 위한 단통법 폐지에 단체들이 왜 나대지?

khs 2024-01-23 16:44:46
기자님 대체 어떤 소비자가 단통법 폐지를 싫어합니까. 불필요한 규제로 성지라는 암시장을 만들게 한 단통법이 문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