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년-금융(下)] 3高·레고랜드 사태 등 잇단 악재에···금융혁신 '뒷전'
[尹정부 1년-금융(下)] 3高·레고랜드 사태 등 잇단 악재에···금융혁신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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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금융시장 안정·금융애로 완화' 집중
"금융시장 차츰 안정세···혁신 체감은 아직"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기자단)<br>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기자단)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윤석열 정부 들어 금융정책의 방향은 확 바뀌었다. 전 정부에서 옥좼던 대출 규제를 점차 완화했고, 특례보금자리론, 소액생계비대출 등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포용금융에도 속도를 냈다.

특히 지난 1년간 윤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애로를 완화하는 데 집중했다. 대내외 불안요인은 물론,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채권시장 불안, 1년 반에 걸친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급증한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 등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숨 가쁜 나날을 보냈다는 평가다.

업계 안팎에선 위기 대응에 총력을 기울인 만큼 불안감이 고조됐던 금융시장은 차츰 안정세를 찾는 등 각종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장 안정이라는 굵직한 현안에 밀려 출범 초기 강조했던 금융혁신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리 가파른 상승곡선···전방위 압박에 금리 조정 

윤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맞닥뜨린 건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현상이다. 그중에서도 금융소비자의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금리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2021년 7월까지 0.50%를 유지하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22년 4월 1.50%까지 올랐고, 이후 공격적인 인상이 이어지면서 현재 3.50%가 됐다. 

기준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는 동안 자연스레 대출받은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크게 늘어났다. 한은의 '예금은행 금리수준별 여수신비중(신규취급액 기준)'에 따르면 금리인상이 본격화되기 전인 2021년 7월엔 신규 가계대출의 72.2%가 3% 미만의 금리를 적용받았지만, 지난 3월엔 이 수치가 0.7%로 1%를 밑돌았다.

반면 4~6%대 금리를 적용받는 대출 비중은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4~5% 금리 적용 대출 비중은 2.9%에서 66.7%로, 5~6% 금리 적용 비중도 1.7%에서 15.1%로 뛰었다. 12%이상 고금리를 적용받는 대출 비중은 1.2%로, 2021년 7월(0.6%)과 비교해 두 배 늘었다.

윤 정부가 국정과제 중에서도 예대금리차 공시를 빠르게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별 예대금리차를 쉽게 비교 분석하도록 해 금리경쟁을 유도, 대출금리를 낮추겠다는 복안이었다.

여기에 금융 당국 수장들이 사실상 금리인상 자제령을 내놓으며 은행 금리 조정을 주도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쓴소리하는가 하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상생금융 확산을 위한 현장 행보를 이어가는 등 은행권을 압박했다.

은행들은 즉각 반응했다. "금리 취약계층과 고통을 분담하겠다"며 각종 금리 인하 대책을 내놓은 것. 관치 논란, 통화당국과 금융당국 간 금리 엇박자 지적 등이 있지만, 업계 안팎에선 차주들의 이자부담은 확실하게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한은이 발표한 지난 3월 가계대출 금리는 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은행의 전체 가계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전월 대비 0.26%p 하락한 연 4.96%를 기록했는데, 이는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같은 기간 은행 예대금리차는 3개월 만에 축소됐다.

◇채권시장, 급한 불은 껐지만···각종 현안에 뒤로 밀린 혁신

경색된 자금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도 이어졌다. 지난해 9월 말 강원도가 레고랜드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거절하면서 촉발된 채권시장 자금경색이 심화하며 채권금리가 급등했고, 정부는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했다. 

시장 불안심리 확산과 유동성 위축을 막고자 50조원 규모의 긴급 지원에 나서는 한편, 증시안정펀드와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재가동했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민간에서도 95조원 규모의 자금을 동원해 시장 안정에 힘을 보탰다. 그야말로 총력전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에 채권시장은 최악의 국면을 무사히 지났다는 평을 얻는다. 부실 우려가 있는 부동산 사업장의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협의체도 지난달 출범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협의체를 재가동된 것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50조원+α 프로그램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지속해 왔고, 단기금융시장 안정에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다"며 "극단적인 자금경색은 완화됐으며, 올해 PF리스크는 잔존하더라도 강력한 정책 지원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 등에서 그 충격은 감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긴박한 위기대응이 이뤄지는 사이 금융규제 혁신 속도는 비교적 더디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당초 정부는 디지털금융 혁신을 위해 관련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취임 직후 '금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한 금융규제 혁신에 팔을 걷어붙인 김 위원장의 의지도 여전히 강한 편이다. 지난달엔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규제 혁신은 상호 조화롭게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굵직한 이슈가 산적해 있다는 점에서 혁신 물꼬를 트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금융권 곳곳에서 사업다각화를 위해선 혁신에 속도가 붙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새로운 혁신 노력이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시장 불안, 금리 급등 등 그동안 이슈가 너무 중요한 터라 혁신이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린 모습"이라면서 "은행들이 이자 장사에만 골몰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사업 다각화를 하려면 비금융과의 경계를 허무는 규제 개혁부터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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