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우려 대두, 물가 불안 꼬리 잘랐다···기준금리 또 동결 (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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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로 동결, 시장 전망 부합···한미금리차·유가 '변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2회 연속 동결했다. 물가 상승세가 4% 초반까지 둔화된 데다,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금리인상이 종료됐다는 평도 나온다.

다만 급증한 국제유가 등 물가상승압력이 유효한데다, 이번 동결로 한미금리차가 1.7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추가 인상 경계감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11일 한은 금통위는 4월 통화정책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동결결정은 시장 전망과도 부합한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00명 중 83명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0.25%포인트 인상을 전망한 응답자는 15명이었으며, 나머지 두명은 각각 0.5%포인트, 0.75%포인트 인상을 전망했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 반 동안 기준금리를 총 10회 인상하며 기준금리를 3%포인트나 높였다. 이 과정에서 7회 연속 금리인상, 한은 설립 이래 최초의 '빅스텝(0.5%p 금리인상)' 등 고강도 긴축을 이어갔지만, 지난 2월에 이어 이달에도 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이다.

이번 금리동결 결정의 배경은 둔화된 인플레이션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국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4.2% 상승했다. 이는 전월 상승률(4.8%) 대비 0.6%포인트 둔화된 수치로, 지난해 3월(4.1%)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이다.

앞서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6.3%)을 기점으로 점차 둔화됐다. 지난해 12월 5%에서 올해 1월 5.2%로 물가상승률이 반등했지만, 2월(4.8%)에 이어 3월에도 큰 폭의 둔화세를 보인 것이다. 물가상승 압력이 약화되면서 금통위의 금리 인상 근거 역시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경기둔화 우려 역시 영향을 미쳤다. 국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4% 감소하며, 2020년 2분기(-3%) 이후 2년 반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1~2월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무역수지는 13개월째 적자행진을 이어가는 등 각종 경기지표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여기에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확대된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이 끝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 또한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리 동결로, 금통위의 금리 인상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물가 상승압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은 추가 인상에 대한 부담을 높일 전망이다. 3월 헤드라인 물가는 둔화됐지만,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년 대비 4% 상승하며, 전월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OPEC+의 감산 결정으로 배럴당 70달러 선에서 등락했던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80달러선으로 올라섰다. 현재 해외 투자은행(IB)에서는 유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으며, 상품 물가 중심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다시 높아질 수 있는 우려가 부각됐다.

확대된 한·미 금리차 역시 금리 인상을 부추기는 요소다. 지난달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4.45~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양국간 금리차는 상단 기준 1.5%포인트로 확대됐다. 또한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한차례(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확대된 한미 금리차는 외국인 자본의 유출을 촉발시키고, 이는 원화가치 하락, 수입물가 상승, 소비자물가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 실제 올해 초 1200원 초반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현재 1320원을 돌파한 상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 불안과 경기 하강 우려 등에 따라 금리 인상보다는 금리동결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최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 경계감이 높아지면서, 인상 대응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인식을 유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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