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D-7' 동결 우세했는데···OPEC+ '기습 감산'에 한은 셈법 복잡
'금통위 D-7' 동결 우세했는데···OPEC+ '기습 감산'에 한은 셈법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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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은 금통위 예정···시장 예상 '만장일치 동결'
물가 상승세 둔화, 연준의 완화적 기조 등 주재료
견조한 근원물가, 한미금리차, 환율, 유가 등 변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월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월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이달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일주일 앞두고 금리동결론이 힘을 얻고 있다. 물가상승세가 둔화된 데다, 지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확산된 신용리스크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기조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대 최대 한미 금리차와, 최근 상승세를 보인 환율 등은 금리 동결을 주저하게 만드는 재료다. 특히 완화적 시그널에 시장이 반응할 경우 물가가 다시 반등할 수 있다. 금리 동결 유무를 두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 전망, '만장일치 동결'···물가둔화·연준 긴축기조 약화 등

오는 11일 통화정책방향회의가 개최되는 가운데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만장일치 동결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전망 배경에는 차츰 안정세를 찾고 있는 물가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했다. 이는 전월 상승률(4.8%)보다 0.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지난해 3월(4.1%)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이다.

앞서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6.3%)을 기점으로 점차 둔화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5%에서 올해 1월 5.2%로 물가상승률이 반등키도 했지만, 2월(4.8%)에 이어 3월에도 큰 폭의 둔화세를 보인 것이다.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 역시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미 SVB 파산사태 이후 미 중소형은행을 중심으로 신용·유동성 리스크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특히 SVB 사태의 핵심요인으로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꼽힌 만큼, 연준의 긴축 수위가 완화될 전망이다.

실제 연준은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금리전망을 반영한 '점도표(Dot plot)'를 5.1%로 유지하는 '비둘기파적(dovish)' 기조를 보였다. 정책당국의 발빠른 대응에 은행 신용리스크는 소강상태에 진입했지만, 연준의 긴축 여력은 이미 소실됐다는 진단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금통위 당시 추가 인상의 가능성을 열어둔 이유는 연준의 긴축 재가속(0.25%p→0.5%p) 가능성 때문이었다"며 "해당 옵션이 SVB 사태로 제거되자, 한은의 추가 인상 명분이 사라졌다. 4월 금통위는 만장일치 동결을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견조한 물가압력·역대 최대 금리차 등 변수 산재

반면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요인도 다수 있다. 대표적으로 견조한 근원물가 상승압력이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3월 기준 4%로 전월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근원물가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4~4.3%선에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과 비(非) 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가 다음달부터 자발적 추가 감산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불확실성을 높으면서 금리인상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를 또다시 자극할 수 있어서다. 지난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전망치보다 10% 높아질 경우 소비자물가상승률의 추가 상승 폭은 0.2~0.3%포인트로 추산된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향후 물가 경로상에는 국내외 경기흐름, 공공요금 인상폭과 시기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특히 국제유가는 SVB 사태 이후 상당폭 하락했다가, 최근 OPEC+의 추가 감산 결정으로 급반등하는 등 변동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벌어진 한미금리차 역시 금리 인상에 무게를 싣는다. 현재 우리나라(3.5%)와 미국(4.75~5%)의 금리차는 상단 기준 1.5%포인트로 지난 2000년 5~10월(1.5%p) 이후 약 22년만에 최대치다.

높은 수익률을 추종하는 자본의 특성상 양국간 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외국인 자본 이탈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특히 점도표 상 연준은 한차례 금리 인상을 남겨두고 있는 만큼, 한미 금리차가 더욱 벌어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올해 초 1200원 초반대였던 환율이 다시 1300원을 돌파하는 상승세를 보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440원까지 도달했던 환율은, 금통위 금리인상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었다.

다만 한은은 한미금리차와 환율 등에 대해 일정 부분 용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초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 토론회에 참석해 "한미금리차와 환율은 기계적으로 연관되는 게 아니다"라며 "금리 격차보다 달러 강세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가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연관성을 부인한 바 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환경만 보면 추가인상 필요성이 크지 않다. 결국 연준에 달렸는데, 점도표가 유지되는 등 긴축 스탠스가 약화됐다"며 "특히 SVB 사태가 긴축 정책의 일부를 대신하면서, 연준이 다시 강하게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낮아졌다. 한은의 운신폭도 더욱 좁아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물가의 '느리지만 꾸준한' 둔화 흐름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며 "가장 중요한 인플레이션에 이변이 없다면, 한은은 4월 금통위를 포함해 연말까지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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