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뱅킹 금리정보 오히려 혼선만 부추긴다는데···왜?
인터넷뱅킹 금리정보 오히려 혼선만 부추긴다는데···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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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농협銀, 일부 상품만 노출
서울 시내 한 은행 앞에 대출안내 현수막에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 앞에 대출안내 현수막에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 최근 주택 구입을 위해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던 A씨. 금리 수준을 알고 싶어 인터넷뱅킹에 접속해봤지만 은행마다 기준금리가 제각각이고, 제공하는 금리정보도 제한적이어서 오히려 혼란스럽기만 했다. 코픽스 주담대를 취급한다면서 인터넷뱅킹엔 금융채 주담대 금리만 게시한 은행도 있었다. A씨는 각 은행의 주담대 상품별 금리를 비교해보고 싶었지만 공개된 금리정보 자체가 많지 않은 탓에 어려움을 느껴야 했다.

은행들이 인터넷·모바일뱅킹을 통해 제공하는 대출금리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소비자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가 스스로 비교·분석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금리정보를 은행들이 제공하지 않았던 것이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대형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은 현재 취급중인 모든 주담대 상품의 금리를 인터넷뱅킹에 표시하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주담대 변동금리 상품으로 △신규코픽스 6개월물 △신규코픽스 12개월물 △신잔액코픽스 6개월물 △신잔액코픽스 12개월물 △금융채 5년물(5년마다 금리 변동) 등 5개를 취급하고 있지만 이날 기준 인터넷뱅킹에서는 △신규코픽스 6개월물 △신잔액코픽스 6개월물 △금융채 5년물 등 3개 금리만 게시하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현 시점에서 금리가 가장 낮은 상품을 선별해 게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통상 대출자들이 금리가 낮은 상품을 선호하다 보니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대출상품을 굳이 제공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영업점에 와서 코픽스 12개월짜리를 신청하겠다고 하면 해드릴 수는 있으나 보통 현 시점에서 금리가 가장 낮은 상품에 가입하기 때문에 홈페이지에도 금리 경쟁력이 가장 좋은 상품만 게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곳은 농협은행도 마찬가지다. 현재 농협은행 인터넷뱅킹에서 제공하고 있는 주담대 금리는 △금융채 6개월물 △금융채 1년물 △금융채 5년물 등 3개다. 농협은행이 취급하는 주담대에는 코픽스 연동 상품도 있었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많이 취급된 상품 위주로 게시하다 보니 3개 금리만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과 같은 이유로 금리 정보를 모두 제공하지 않았던 것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에서 제일 많이 취급하는 기준금리를 위주로 선택적으로 공시하고 있다"며 "코픽스 기준금리는 한달에 한번 변동하기 때문에 매일 변동하는 금융채 위주로 홈페이지에 게시하는것이 더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두 은행 모두 금리정보가 제한적이더라도 소비자에게 더 유리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지만, 자금계획에 맞춰 다양한 금리를 비교해보고 싶은 소비자 입장에선 충분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 금리 경쟁력이 높은 상품만 뽑아 게시하다 보니 신규코픽스 주담대 금리가 높을 때에는 신잔액코픽스 금리만 게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15일 우리은행 인터넷뱅킹에선 주담대 변동금리로 △신잔액코픽스 6개월물 △신잔액코픽스 12개월물 △금융채 5년물 등 3개 금리만 게시되기도 했다.

불과 열흘도 안 돼 인터넷뱅킹에 게시되는 기준금리 종류가 달라진 것인데, 달라진 배경을 잘 모르는 소비자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은행 대출을 알아보던 한 소비자는 "홈페이지 금리만 보고 처음에 해당 은행이 신규코픽스 주담대를 중단한 줄 알았다"며 "영업점에서 직접 물어보니 판매중이라고 해서 헷갈렸다"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더 유리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에 괜찮다는 게 은행들 설명인데, 이런 은행의 사정을 아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안그래도 당국에서 은행 금리체계를 주시하고 있는데, 그보다 은행들이 먼저 소비자들이 체감하기에 편하도록 금리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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