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대출금리 내렸지만 체감은 '딴나라 얘기', 왜?
[초점] 대출금리 내렸지만 체감은 '딴나라 얘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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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하락 본격화···5대은행, 대출·예금 비교해보니
금리 떨어져도 손해 안보는 장사···가산금리 '꼼수'
꺾이는 예금금리···거세지는 예대금리차 축소 압박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이진희 기자] 연초 연 8%대를 넘어서던 주요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고금리가 6%대까지 떨어지는 등 금리 하락세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시장에 대거 풀린 유동성에 힘입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던 대출자들도 한숨 돌릴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은행별로 대출금리 산정체계가 다른 탓에 금리 하락폭은 제각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리한 대출상품을 찾기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특히, 은행이 어떤 기준금리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어떤 가산금리 전략을 가져가는지에 따라 대출자 입장에선 금리 하락 체감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각 은행의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우대금리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본인에게 유리한 대출상품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 봐야 '현명한 소비자'가 될 수 있다.

예금금리도 마찬가지다.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은행권에서 1년짜리 정기예금을 연 5% 금리로 가입할 수 있었지만, 당국의 금리인상 제동 등으로 금리는 현재 3%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장·단기 예금 상품 금리가 정상화되면서 만기가 긴 상품의 금리가 더 높은 곳도 나오고 있다. 대출이나 예금 모두 전략을 잘 짜야 하는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5대 은행, 주담대·전세대출·신용대출 비교해보니

16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금리를 살펴본 결과 '신규취급액 코픽스 6개월' 기준 최고금리는 하나은행(금융채6개월물 연동)의 연 6.78%, 최저금리는 농협은행의 연 4.73%였다. 은행별로 신규취급액 코픽스 금리를 보면 △KB국민은행 연 4.95~6.35% △신한은행 연 5.0~5.9% △하나은행 연 5.48~6.78% △우리은행 연 5.42~6.42% △농협은행 연 4.73~5.83% 등이다.

신잔액 기준으로 최고금리는 우리은행의 연 6.71%, 최저금리는 하나은행의 연 4.87%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 연 4.96~6.36% △신한은행 연 5.0~5.9% △하나은행 연 4.87~6.17% △우리은행 연 5.91~6.71%다.

5년 고정 후 변동금리로 바뀌는 주담대 고정·혼합금리(금융채 5년물 연동)를 보면 KB국민은행이 연 4.20~5.60%로 하나은행(연 4.862~6.162%)보다 낮았다. 5년마다 금리가 변동되는 5년 고정금리(금융채 5년물 연동) 취급 은행의 주담대 금리를 보면 신한은행이 연 4.82~5.72%로 최고·최저금리가 가장 낮았다. 우리은행은 연 5.15~6.15%, 농협은행은 연 4.83~7.13%다.

통상 금리변동 주기가 긴 상품일수록 금리가 더 높지만 금리상승 리스크를 줄이려는 당국의 정책 효과로 현재 은행권에선 6개월 변동금리보다 5년 고정·혼합금리가 더 낮은 상황이다. 당장의 금리 수준을 보면 6개월 변동금리보다 5년 고정·혼합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 다만, 올해 기준금리 정점론과 함께 금리 하락세가 본격 시작되면서 6개월 변동형의 인기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변동형과 고정형 중 선택할 때 대출자 본인의 자금 계획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5대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를 보면 신규취급액 코픽스를 지표로 삼는 △KB국민은행 연 4.67~6.07% △신한은행은 연 4.35~5.35%를 기록했다. 신잔액을 기준으로 했을 때 우리은행은 연 4.6%, 금융채 6개월물을 기준으로 하는 하나은행은 연 4.661~5.261%, 농협은행은 연 4.3~6.4%를 각각 보였다.

각 은행의 대표 신용대출(금융채 6개월물) 금리는 △KB국민은행 연 6.03~6.93% △신한은행 연 5.14~6.04% △하나은행 연 5.257~5.857% △우리은행 연 4.99~6.49% △농협은행 연 5.71~6.31%였다.

5대 시중은행 주담대 변동금리. (자료=각사)
5대 시중은행 주담대 변동금리. (자료=각사)

◇기준금리와 대출금리 조정폭 '제각각'···원인은 가산금리

지난 15일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발표됐지만 코픽스 상승·하락분이 그대로 은행 대출금리에 반영된 것은 아니다. 은행들이 시장금리 등 조달비용을 반영해 가산금리를 조정하기 때문이다.

실제 16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금리(코픽스 연동)를 살펴보니, 전일 코픽스 조정분만큼만 대출금리가 변동된 곳은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우리은행(0.47%p↑)이 유일했고, 신잔액 기준으로는 KB국민은행(0.1%p↑)과 우리은행(0.1%p↑)뿐이었다.

신규취급액 기준 1월 코픽스는 전월보다 0.47%p 떨어졌는데, △KB국민은행 연 5.43~6.83%→연 4.95~6.35%(최고·최저금리 0.48%p↓) △신한은행 연 4.97~5.88%→연 5.00~5.90%(최고금리 0.02%p↑·최저금리 0.03%p↑) △NH농협은행 연 5.22~6.32%→연 4.73~5.83%(최고·최저금리 0.49%p↓) 등을 보였다. 국민은행의 경우 가산금리가 0.01%p, 농협은행은 가산금리와 우대금리가 각각 0.01%p, 0.21%p 조정되면서 금리 하락폭이 달라졌다.

코픽스가 아닌 금융채 6개월물을 지표로 삼는 하나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5.385~6.685%에서 연 5.48~6.78%로 최고·최저금리가 모두 0.095%p 올랐다. 지난 15일자 금융채 6개월물 금리(3.658%)가 전일(3.634%)보다 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한은행도 금리를 매일 산출하면서 시장금리(금융채)를 반영하기 때문에 주담대 금리가 전일보다 소폭 오르게 됐다.

신잔액의 경우도 전월보다 0.1%p 올랐지만 은행들은 내부 금리산출 기준에 따라 가산금리를 조정하면서 주담대 금리 상승폭을 조절했다. 신한은행이 가산금리를 2.96%에서 2.88%로 0.08%p 낮췄고, 하나은행도 가산금리를 2.165%에서 3.15%로 0.015%p 낮췄다.

이렇듯 은행들은 기준금리 상승폭과 하락폭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가산금리를 조정해 최종 대출금리를 산출하게 된다. 가산금리는 각 은행이 인건비 등 업무원가와 리스크프리미엄, 목표이익률, 자본비용, 신용프리미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체적으로 산정한다.

즉, 기준금리가 떨어진다고 한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금리 하락폭을 조절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내는, '꼼수영업'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은행 직원들이 "금리가 아무리 떨어진다고 한들 은행사업은 손실이 절대 나지 않는 구조"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잔액이 더 비싸다?···숨겨진 가산금리 '꼼수'

신잔액 코픽스가 신규취급액 코픽스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신잔액 연동 주담대 금리가 신규취급액 연동 주담대 금리보다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은행들이 신잔액 코픽스에 부여하는 가산금리가 더 높았던 것이다.

1월 신잔액 코픽스 금리는 3.02%, 신규취급액 코픽스 금리는 3.82%로 신잔액 금리가 더 낮다. 그러나 은행 대부분의 신잔액 연동 주담대 금리는 신규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보다 높았다. 기준금리는 더 낮은데 최종 대출금리가 더 높았던 셈이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신규코픽스 주담대 금리는 연 4.95~6.35%로 신잔액 주담대 금리(연 4.96~6.36%)보다 0.01%p 낮았다.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두 대출의 우대금리는 1.40%로 동일했고 가산금리는 신규코픽스가 2.53%, 신잔액이 3.34%로 0.81%p 차이 났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자금원가(코픽스)+취급원가(신보 출연료·세금·예금보험료 등)+신용원가'를 기반으로 산출되는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신용원가를 조정하고 있다"며 "대출이 한쪽으로 몰리면 리스크가 높아지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비중을 맞추고자 신잔액에 가산금리를 더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신잔액 주담대 취급을 재개한 우리은행도 상황은 같았다. 신규코픽스 주담대 금리가 연 5.42~6.42%였을 때 신잔액 주담대 금리는 연 5.91~6.71%를 기록했다. 가산금리 차이는 신규코픽스가 2.6%, 신잔액이 3.69%로 1.09%p였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1월달에 대출금리를 인하하면서 본부에서 별도로 적용해주는 우대금리 개념의 조정금리폭을 넓혔다"며 "신잔액보다 신규취급액에 본부조정금리가 크게 적용됐기 때문에 신잔액의 가산금리가 더 높아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5대 은행 중 신한은행은 신규코픽스 주담대 금리와 신잔액 주담대 금리가 연 5.0~5.9%로 동일했다. 하나은행은 신잔액이 더 낮았으며 농협은행은 현재 신잔액 코픽스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

가산금리는 각 은행의 업무원가, 리스크관리 전략 등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만큼 영업비밀에 해당된다. 문제는 영업비밀이라고 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 금리 산정 배경을 알기 굉장히 어렵다는 데 있다. 결과적으로 최근 은행을 향한 '이자장사' 비판 여론은, 이처럼 투명하지 않은 금리산정 체계에서 비롯됐다고도 볼 수 있다.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 (자료=각사)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 (자료=각사)

◇꺾이는 예금 금리, 3%선도 위태···당국 압박에 예대차는 축소될 듯

수신상품은 은행들이 지난해 금리인상에 맞춰 올렸던 예·적금 금리를 최근 줄줄이 하향 조정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1년 만기 기준 5%선을 넘어섰던 수신금리는 금융 당국이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요청한 이후 내리막길에 섰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3.28~3.62%로,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3.5%)와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예금금리가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11월(4.70~5.10%)과 비교했을 때 석달 만에 1%포인트(p) 넘게 하락한 것이다.

이들 중 예금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우리은행의 우리WON플러스 예금으로, 3.62% 금리를 제공한다. 다음으로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3.50%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 3.50% △NH농협은행 NH올원e예금 3.40% △KB국민은행 KB스타 정기예금 3.28%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자금이 몰렸던 은행권 정기예금의 매력이 떨어진 것은 지난해 12월부터다. 은행채 등 시장금리의 하향 안정화와 함께 당국이 수차례 금리인상 자제를 권고하면서 금리는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모양새다. 은행들이 "예금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는 당국의 주문을 핑계 삼아 예금 금리를 인하한 영향으로 3%선도 위태로워졌다.

은행에 쏠렸던 시중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12조2500억원으로 전월(818조4366억원)보다 6조1866억원 감소했다. 827조2986억원을 기록했던 지난해 11월이 정점이다.

특히 급등했던 단기 예금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장·단기 예금 금리가 정상화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자금조달 경쟁으로 은행권이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은 1년 이하의 단기 예금금리를 올리면서 장·단기 예금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은행에선 다시 만기가 짧은 상품보다 만기가 긴 상품의 금리가 높아지는 양상이다.

대표적으로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3년 만기 금리는 이날 기준 3.60%로, 1년 만기 금리보다 0.10%p 높다. 지난해 11월 이 상품은 3년 만기 금리(4.65%)가 1년 만기(4.95%)보다 0.30%p 낮았다.

대출과 예금 금리가 함께 하락세라지만, 지난해 12월 은행권의 가계 예대금리차는 전반적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인상됐음에도 예금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리고, 기존에 가파르게 올랐던 대출금리 인하 정도가 주춤한 것이 예대금리차 확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12월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에 따르면 5대 은행 중 가계 예대금리차가 전달에 비해 확대된 곳은 국민은행, 하나은행이었다. 국민은행은 11월 0.41%p에서 0.61%p로, 하나은행은 0.65%p에서 0.69%p로 예대금리차가 커졌다. 농협은행 예대금리차는 0.94%p로 5대 은행 중 가장 높았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은행권 예대금리차가 좁혀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금리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예대마진을 축소하라는 압박이 이어지면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은행산업의 과점 폐해가 크다"고 지적하며 "예대마진 축소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대통령의 질타에 대책 주문이 더해지면서 압박을 느낀 은행들이 당장 예대금리차 축소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돈 잔치 등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라 은행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조정 등을 통해 예대금리차를 더욱 줄이는 방안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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