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역대급 수익에도 5G 설비투자는 '나몰라'···경쟁 사라진 탓
통신3사 역대급 수익에도 5G 설비투자는 '나몰라'···경쟁 사라진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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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3사,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 4조3835억원···전년 比 8.6% ↑
잇따른 5G 품질 비판에도 설비 투자 미온적···중간요금제 부재 비판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국내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지난해 경기침체에도 4조4000억원에 가까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작년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내수 소비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이같은 막대한 수익을 거둔 것을 놓고, 5G 기지국 등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설비투자는 제대로 하지 않고 통신사들이 자기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한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내 통신 3사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은 4조3835억원으로 전년 대비 8.6% 증가, 2년 연속 4조원을 넘어서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기업별로는 SKT의 영업이익이 1조612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2% 증가했고, KT 역시 1조690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늘었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는 전년 대비 10.4% 증가한 1조81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통신 3사는 5G 이용 고객 증가와 비통신 신사업의 높은 성장세가 실적을 견인했다는 입장을 각각 밝혔다. 특히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이 높은 5G 이용자는 △SKT 1339만3000명 △KT 848만3000명 △LG유플러스 611만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36%, 33%, 32% 증가하며 각 사의 실적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다만 지난해 이같은 역대급 호실적을 두고, 통신 3사가 5G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설비투자 대신 높은 요금제로 수익 창출에만 급급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통신 3사가 집행한 설비투자액(CAPEX)은 △SKT 3조305억원 △KT 3조5020억원 △LG유플러스 2조420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 1.4%, 3.2% 등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통신 3사의 설비투자(5G 이동통신 비롯해 유선통신, IPTV 등 각종 인프라 투자 합계)는 지난 2019년 9조6060억원에서 2020년 8조2730억원, 2021년 8조2010억원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가 지난해 8조9529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3사 투자액 가운데 5G 설비투자액은 따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2019년 첫 해를 제외하면 3사가 이후 매해 거의 비슷한 5G 설비투자액을 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더 좋은 품질의 5G 서비스를 제공해 가입자를 유치하려는 인프라 투자 경쟁을 하지 않은 것이다. 

5G 통신서비스 첫 서비스를 시작한 2019년 4월 이후 만 4년이 다 돼 가는데도 통신 3사는 영업이익 대비 5G 기지국 등 설비투자 비중을 늘리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5G 서비스 이용자의 품질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 설비는 처음 상용화 당시에 대규모로 투자가 집행되고, 이후 커버리지 확대와 품질 안정화 등 지속적인 보완이 이뤄지는 구조인 만큼 투자 비용이 감소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5G 품질 관련해서도 지난해 설비투자를 상용화 첫 해 이후 가장 큰 규모로 늘렸다"고 주장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5G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데도 집에서는 수시로 LTE로 전환돼 5G를 제대로 쓸 수 없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2년 통신서비스 수신권역(커버리지) 점검 및 품질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국 85개 시 전체 행정동 및 주요 읍·면 지역 중소시설 건물 내부의 5세대 통신 접속가능 비율은 평균 78.22% 수준에 불과했다.

통신 접속가능 비율은 시설 내 안정적으로 5G 서비스에 접속되는 면적으로,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5G 서비스 품질과 연관된다. 지난해 5G 통신의 내려받기 속도가 통신 3사 평균 896.10Mps로 전년 대비 11.8% 향상되는 등 개선점을 보이긴 했지만, 안정성 부문에서는 여전히 이용자 불편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지난해 6월 발간한 '최근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행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5G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는 23%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지난 2020년 12월 조사 결과인 30%에 비해 더 하락했다. 현재 LTE 이용자 중 향후 5G 서비스에 가입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도 32%로 전년 38%보다 하락했다.

그나마 개선점을 보인 내려받기 속도 역시 LTE 평균 다운로드 속도인 151.92Mps의 약 5.9배 빠른 수준으로, 당초 소개된 'LTE의 20배 속도'에는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지난달 통신 3사에 과대광고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제재 절차에 돌입했다.

5G 관련 통신분쟁도 크게 증가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발간한 '2022년 상반기 통신분쟁조정 처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5G 관련 통신분쟁 조정신청은 218건으로 전년 76건에 비해 약 3배 증가했다.

지난해 말에는 KT와 LG유플러스가 5G 주파수 할당을 위한 통신망 설비 설치 기준을 총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28㎓ 대역의 주파수를 회수당하기도 했다. 5G 기지국 등 설비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가 통신사에 나눠준 주파수를 법적 회수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기준점을 간신히 통과한 SKT 역시 오는 5월 말까지 기지국 등 1만5000대를 모두 설치하지 않을 경우 주파수를 회수당한다.

이처럼 서비스 이용자들이 5G 통신에 대해 불마을 표출하고 있음에도 통신 3사가 관련 설비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은 5G 가입자가 약 3000만 명에 가까워지고, 이동통신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통신 3사간 가입자 유치 경쟁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기존 가입자를 지키는 '집토끼' 전략을 쓰며 마케팅 비용과 설비투자 비용을 줄여 막대한 수익을 남긴다는 것이다.

지난해 SKT의 마케팅 비용은 3조630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감소했다. LG유플러스는 전년 대비 0.4% 감소한 2조2766억원을 집행했다. KT 마케팅 비용은 2조5745억원으로 전년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통신사들의 5G 요금제는 여전히 논란의 도마 위에 있다. 특히 5G 통신 품질이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가 요금제가 아니면 아주 적은 양의 데이터밖에 쓸 수 없도록 만들어진 5G 요금제가 가뜩이나 고물가에 신음하는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ETRI 조사에 따르면 5G 이용자 중 이동통신 서비스가 요금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고 인식하는 이용자는 전체 14.7%에 불과했다. 5G 이용자의 64%는 이동통신 요금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이같은 비판에 통신 3사는 지난해 8월 5만~6만원 대비 월 24~31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중간 요금제를 출시했지만, 저가 요금제(10~12GB 이하)와 고가 요금제(110GB 이상) 사이의 간격이 여전히 큰 데다 데이터 제공량 대비 비싼 가격으로 '무늬만 중간 요금제'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유지은 ETRI 지능화정책연구실 선임연구원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5G 서비스에 대한 속도와 요금 불만으로 인해 가입자 확산도 더디고 이용자 불만도 높은 상황"이라며 "이같은 비우호적 경쟁 환경 아래에서는 고객 만족도 향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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