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탄력에도···조선업, 후판가 인상에 흑자전환 '요원'
수주 탄력에도···조선업, 후판가 인상에 흑자전환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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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 '매출 늘고 적자 폭 감소' 전망
국내 조선 빅3. (사진=각 사)
국내 조선 빅3.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조선 '빅3(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가 10년만의 슈퍼사이클 도래로 순항하고 있는 모양새다. 상반기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올해 수주 목표의 절반가량을 달성하는 등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빠른 속도로 채우고 있다.

그러나 선박 건조 비용의 20%를 차지하는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이 또 다시 인상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흑자전환 시기는 더 늦춰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FnResearch)'가 예상한 조선업계 1분기 컨센서스(실적 전망 평균치)에 따르면 빅3 모두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예년에 비해 적자 폭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된다.

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4조1608억원, 영업손실 30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3조6815억원) 대비 13%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675억원)의 경우 적자전환이 예상되나 전분기(영업손실 6968억원)에 비하면 손실 폭은 대폭 줄었다.

특히 한국조선해양은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컨테이너선에 집중한 결과, 이날 기준 총 85척, 97억4000만달러 규모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174억4000만달러)의 약 55.8%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6.9% 오른 매출 1조683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며 영업손실은 720억원으로 전망되면서 적자 축소를 이뤄낼 것으로 보인다. 이 조선사는 LNG 연료추진 컨테이너선 등 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를 이어가고 있으며 총 13척, 20억 달러(2조4300억 원)를 수주해 목표의 23%를 달성했다. 

현재까지 약 46억1000만원 달러 상당의 일감을 확보해 목표인 89억 달러 대비 약 51.8%를 달성한 대우조선해양도 1조317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9.6% 확대, 영업손실 687억원으로 적자 폭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3월까지의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920만CGT(표준선 환산톤수·259척)로, 이 가운데 한국이 약 50%인 457만CGT(97척)을 수주하며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조선업이 1분기 수주에서 중국을 제친 것은 지난 2015년(한국 29%·중국 28%) 이후 처음이며 시장 점유율을 50% 넘긴 것 또한 클락슨 리서치가 데이터를 공개하기 시작한 1996년 이래 최초다.

특히 한국 조선사들은 1분기 동안 발주된 대형 컨테이너선(1만2000TEU급 이상) 38척 중 21척(55%), 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14만m³ 이상)도 37척 중 26척(70%) 수주하는 등 주력 선종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과 조선 빅3가 친환경 선박기술을 독보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도 곳간을 가득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철강업계가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후판 가격을 올리려는 움직임을 취하고 있고 수주를 따낸다고 해도 대부분 조선사 모두 헤비테일(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 대금을 많이 받는 형태의 계약) 방식으로 장기 건조계약을 맺기에 곧 바로 실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연내 실적 턴어라운드는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은 조선 '빅3' 업체들과 상반기 후판 가격을 협상 중이다. 지난해 후판가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t당 각각 10만원, 40만원이 올라 현재 110만원 가량이다.

조선사들은 지난해 급등한 후판 가격으로 대규모 적자를 내는 등 부담스러운 경영 환경에 직면했다며 더 이상의 인상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반면 철강사들은 원료인 철광석 가격 급등에 따라 원가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하면 부담이 큰 만큼 가격 현실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지난 14일 t당 152.80달러로 연초 대비 29.90달러(24.3%) 올랐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을 아무리 많이 따내더라도 아직까진 신조선가 지수도 낮기 때문에 후판가 인상이 이뤄질 경우 수익성에 당연히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10년만에 슈퍼사이클로 겨우 진입했지만 이 같은 이유로 또 다시 불황에 잠길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산업 구조 이해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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