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증가세' 견인 개인사업자대출, 부실 뇌관되나
'기업대출 증가세' 견인 개인사업자대출, 부실 뇌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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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가계대출, 5.8조원↓·기업대출, 18.1조원↑
소호대출, 한 달 새 2.3조↑···다중채무자 파산 우려↑
서울 한 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박시형 기자)<br>
서울 한 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박시형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기업대출이 올해 들어서만 18조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6조원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감소에 따른 수익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기업대출을 적극 취급했고, 정부 지원정책에 따라 개인사업자대출(소호)을 크게 늘린 영향이다. 이 중 개인사업자대출은 부실화 위험이 커 정부의 코로나19 지원 조치 종료 이후의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업대출(대기업+중소기업+소호) 잔액은 653조9072억원으로 전월보다 5조2052억원 증가했다.

기업대출은 1분기에만 18조194억원 증가했는데 지난해 1분기 증가분(13조4005억원)보다 4조6189억원 많은 규모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전체 은행의 1~2월 기업대출 증가폭이 15조원을 넘어선 것은 매우 드문 경우다.

이는 가계대출 부문이 역성장하고 있는 것과도 반대된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1937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7438억원 줄었다. 올해 1월(-1조3634억원)과 2월(-1조7522억원)에 이은 3개월 연속 감소세로, 가계대출은 올해에만 5조8592억원 줄었다.

기업대출 성장은 중소기업대출, 특히 그 중에서도 개인사업자대출인 소호대출이 견인했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소호대출은 305조5528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362억원 증가했다. 전체 기업대출 증가분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분기별 증가분으로 비교하면 전체 기업대출 증가분의 32.4%를 차지했다.

기업대출 증가세는 가계대출 성장 둔화에 대비해 은행권이 취급을 크게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몇년 새 소호대출이 크게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지원도 기업대출 증가세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총량규제 영향도 있지만 가계대출은 워낙 규제 이슈가 빈번해서 기업대출 부문을 키워야 한다는 중장기적인 목표가 있다"며 "소호대출 성장은 정부 지원정책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소호대출이 급증하면서 부실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부 지원정책으로 이뤄진 소호대출의 경우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차주가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자 276만9609명 중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기업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27만2308명으로, 10분의 1을 차지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금융권 전체 자영업자대출 잔액도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90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개인사업자대출과 자영업자가 보유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을 합한 규모다.

은행권 관계자는 "안그래도 코로나 지원조치가 종료된 후 대출금을 갚지 못해 파산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있어서 다중채무자를 대상으로 연체율 등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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