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공급망 병목현상 장기화시 국내 물가압력 가중"
한은 "공급망 병목현상 장기화시 국내 물가압력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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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이슈노트···'공급병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병목현상, 크고 오래 지속될 가능성 배제 못해"
탄소중립·리쇼어링 등 구조적 인플레 압력 우려도
기업들이 모여 있는 서울시내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 DB)
(사진= 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이 세계 인플레이션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력은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국내 역시 향후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 장기화 여부 등에 따라 물가상승압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21일 'BOK이슈노트'에 실린 '공급병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논고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한은은 "에너지 및 축산물 가격은 주요 선진국과 비슷한 오름세를 보이는 반면, 내구재 가격은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제한적이었다"면서도 "하지만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이 보다 장기화될 경우 국내에도 그 영향이 광범위하게 파급되면서 물가상승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올해 재화소비를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데 반해, 공급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병목현상에 따라 주요국의 물가 오름세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는 6.8% 올라 지난 1982년 6월 이후 약 4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유로지역 역시 30년 만에 가장 높은 4.9%를 기록했고, 우리나라도 3.7% 올라 약 10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최근 병목현상은 중간재 및 최종재뿐만 아니라 원자재, 물류 등 글로벌 공급망(GVC)의 '업스트림'(제품 설계, 원재료·부품 공급 등 생산체인의 시작에 가까운 산업)과 '다운스트림'(완제품, 생산·유통·판매 등 최종소비자에 가까운 산업)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한은은 공급병목이 우리나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에너지 △축산물 △내구재 △노동시장 △건설자재 등과 같이 수급불균형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부문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먼저 에너지 수급불균형은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을 통해 직접적인 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탄소중립 등 친환경 정책에 따른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의 공급이 줄고, 중간연료인 천연가스까지 수급불균형이 확대됐다. 특히 올 하반기 이후 유럽에서 촉발된 천연가스 수급불균형에 따른 석유(대체재) 수요 증가는 국제유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향후 전망에선 에너지 가격은 동절기 난방수요가 줄어드는 내년 2분기 이후 점차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지만,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수급불균형이 장기화되면서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도 상존한다"며 "특히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공급망을 매개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경로를 통해 물가상승압력이 반복적으로 파급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내구재가격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부족, 해상물류 지체 등의 공급차질이 발생해 주요 선진국에서 자동차를 중심으로 급등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요국에 비해 상승폭이 제한적이지만, 점차 공급병목의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

한은은 "주요국과 달리 중고차 가격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CPI) 품목에 포함돼 있지 않고, 주요국에 비해 생산차질 규모와 재정지원 규모가 작다"면서 "방역상황도 상대적으로 양호해 코로나 확산 이후 수요 변동폭도 작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연평균 0.1% 하락한 우리나라 내구재 가격은 반도체 공급차질, 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영향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내년에는 금년보다 오름폭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축산물 가격은 인력난, 물류비용 상승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차질로 인해 육류를 중심으로 상당폭 상승했다. 이는 재료비 인상을 통해 가공식품가격 및 외식물가에 대한 상방압력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또한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노동공급 부족으로 일부 대면서비스업에서 임금상승이 물가에 반영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임금 측면의 물가상승압력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크지 않은 편이다.

아울러 최근 건설자재가격 급등으로 주거시설 유지·보수요금 상승폭도 다소 확대됐으나, 주거비에 대한 파급효과가 미미해 소비자물가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은 "목표수준을 상당폭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 지속 등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불안해질 경우 수요·공급 측면의 상방 압력이 예상보다 크고, 오래 지속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의 공급병목으로 그간 글로벌 공급망 확대에 따른 물가하방압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리쇼어링(본국 회귀) 등의 움직임은 구조적인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단, 구조적 측면의 인플레이션 동학 변화 여부는 팬데믹 이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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