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4호' 미래에셋증권, '1위' 굳히나
'발행어음 4호' 미래에셋증권, '1위' 굳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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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19.2조 조달·운용···'자본 8조 요건' IMA도 가능
수익성·자본 효율성↑···"시장 상황 본 후 적기 판단"
삼성, 대주주 이슈·신한, '라임 사태'로 초대형IB 요원
사진=미래에셋증권
사진=미래에셋증권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미래에셋증권이 4년여간 숙원 사업이던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시장 진출을 이루게 됐다. 타사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기자본을 토대로 최대 19조원에 달하는 발행어음을 조달·운용할 길이 열리면서 '1등 증권사'로의 위치를 공고히 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정례회의에서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자본시장법 제360조에 따른 발행어음을 인가했다. 지난 2017년 7월 신청 후 3년10개월 만이다. 그간 '일감 몰아주기'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이 발목 잡았지만, 이를 모두 해소한 결과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인 초대형IB만 영위할 수 있는 발행어음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자기자본 200% 내에서 발행하는 만기 1년 단기금융상품이다. 투자자에게 일정 기한 후 약정된 금리를 줄 것을 약속하고 자금을 조달(어음 발행)한 뒤 기업대출 등으로 운용한다.

이번 발행어음 인가를 통해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본 9조6200억여원(올해 1분기 기준)의 2배인 약 19조2400억원을 운용·조달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자본 효율성 제고와 유의미한 수익 향상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금융 여신 비중이 높지 않고 투자 목적 자산에서 스타트업 등 프리-IPO(Pre-IPO·상장 전 지분투자)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발행어음은 미래에셋증권의 비즈니스 모델에 부합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이번 최종 인가를 받았지만, 발행어음 사업 행보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저금리 기조와 코로나19 등이 장기화하는 등 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시장 상황을 확인해 가며 적기를 판단하겠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관련 공문서를 수령한 이후 회사 내부 상품 판매절차를 거쳐서 판매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발행어음 사업을 통해 무리하게 자금 조달을 추진하지 않되, 고객에게 양질의 상품을 공급하고 조달된 자금을 정부정책 취지에 맞게 안정적인 운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통해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사업 진출도 가능해졌다. 자기자본 8조원을 충족해야만 영위할 수 있는 사업으로, 국내에서 미래에셋증권만 가능하다. IMA는 고객에게 원금을 보장하며 일정 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발행어음과 같지만, 발행 한도가 없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4년 만의 발행어음 최종 인가로 IMA사업 진출도 가능해지면서 향후 수익성 개선 등이 기대된다"면서 "다만, 현재 IMA와 관련한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예비 후발주자 현황은?…결격 사유 여전, 인가 요원

KB증권 이후 3년여 만에 발행어음 4호 사업자 등장이 가시화하면서 예비 주자의 현황에도 관심이 모인다. 일찍이 자기자본 4조원을 갖춰 발행어음 요건을 충족했지만, 저마다 해소되지 않은 이슈가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2017년 11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초대형IB로 지정됐지만, 발행어음 시장 진출은 수년째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이듬해 8월 인가 신청을 자진 철회하면서다. 이번 미래에셋증권의 지정으로 초대형IB 중 홀로 발행어음 사업자가 되지 못한 처지다.

그해 4월 초유의 '유령주식' 사태를 야기한 데 따른 금융당국의 영업정지 징계로 신규 업무가 추진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제재는 올해 초 종료됐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따른 대주주 이슈가 잔존한 터라 인가 재신청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도 발행어음 시장 진출이 요원하다. 지난 2019년 8월 66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긴 신한금투는 그해 3분기 재무제표가 나오는 대로 금융당국에 초대형IB와 발행어음 인가 신청을 순차적으로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내 의사를 거둬들였다. 돌연 초유의 사모펀드 사고인 '라임 사태'에 연루된 점이 결정적 악재로 작용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으면서 수년간 신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당분간 초대형IB 진입으로의 험로가 예상된다. 

그나마 하나금융투자가 초대형IB로 가는 길이 무난한 편이라는 평가다. 하나금투는 최근 5000억원대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자기자본 5조원에 다가섰다. 하나금투는 내부 조직을 다지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초대형IB와 발행어음 진출을 타진할 계획이다. 다만, 대주주 적격성이 잔존한 점은 부담이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앞서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초대형IB들은 저마다 흠결 사안으로 수차례 만에 금융당국으로부터 발행어음 인가를 받았다"며 "이는 초대형IB로의 요건을 갖췄더라도 인가 신청을 저어하게 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행어음 예비 주자들은 당국의 엄격한 심사 기조를 의식해 신청에 나설 것"이라며 "관련 프로그램과 제반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인가에 걸림돌이 될 만한 사안을 꼼꼼이 따져보고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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